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ㆍ온투업). 온라인 플랫폼에서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출해주고 원금과 이자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금융서비스입니다. 온투업계에서는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당국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입니다. 업황은 좋지 않습니다. 연체율은 치솟고 있고 문을 닫은 업체들도 늘고 있습니다. ‘혁신’이라지만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 보입니다.
온투업에 대한 뉴스를 보다 보면 여러 질문이 떠오릅니다. 왜 온투업계는 계속해서 기관투자 규제 완화를 외칠까요? 금융당국은 업계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걸까요?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를 위해 온투업의 기관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고, 저축은행업계가 온투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왜 온투업은 활성화돼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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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온투업계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로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를 꼽습니다. 중금리 신용대출은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10% 금리대의 개인신용대출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온투업 활성화와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가 무슨 상관일까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중금리대출 시장 현황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중금리대출 취급 실적은 올해 상반기 3조8364억100만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조4198억6200만 원)보다 40.2% 감소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올해 6월 기준 887점으로, 지난해 12월 840.7점보다 46.3점(5.5%) 높아졌습니다. 저신용 계층을 위한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설립 취지로 하는 인터넷은행도, 저축은행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창구인 대부업체 역시 신규 대출을 문을 걸어 잠근 지 오래입니다. 웰컴크레디라인대부와 애니원캐피탈대부는 2021년 대부업 라이선스를 금융당국에 반납해 시장에서 철수했고 산와대부(산와머니)는 2019년부터, 조이크레디트는 2020년 1월부터 개인신용 대출영업을 중단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과는 반대로, 중금리대출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고금리 시기, 신용이 좋지 않아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기(대환)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수요는 커지는데 취급 창구는 줄어드는 것이죠.
온투업계는 이 지점에서 ‘온투업계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온투업계가 활성화하면 늘어나는 중금리대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온투업체의 ‘기관 연계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온투업계의 중금리 대출에 대한 수요는 큰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수요와 투자 간 미스매치가 크다는 것이죠. 기관투자가 허용돼 뭉칫돈이 들어와야 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3월 29일 어니스트펀드 본사에서 진행된 업무협약식에서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오른쪽), 위장환 BNK 저축은행 디지털본부장(왼쪽)이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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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온투업 기관 연계투자에 가장 관심이 있는 금융기관은 저축은행업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3월 온투업체 어니스트펀드는 BNK저축은행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계투자 서비스 및 인공지능(AI)기반의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고도화에 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습니다.
많은 금융기관 중 왜 저축은행들이 온투업 투자에 관심을 보일까요? 두 업계에서는 ‘역할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한다’는 저축은행 설립 목적이 ‘중·저신용 차입자들에게 중금리 대출을 제공한다’는 온투업의 역할과 맞닿아 있어 ‘경쟁’보다는 ‘협력’을 택한 것이죠.
특히 대출 관련 인프라 구축이 잘 안 돼 있는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온투업 투자에 관심이 많은 상황입니다. 한 중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심사조직,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등 인프라가 대형저축은행에 비해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술을 갖춘 온투업체와 협업해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온투업체의 ‘규제완화’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2020년 8월 27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업법)’ 시행 이후 온투업계에 대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해소했습니다.
올해 3월 금융위원회는 온투업체에 대한 금융기관의 연계투자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취지의 법령해석을 내놨습니다. 온투업자가 카카오페이, 토스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통해 연계투자에 대해 광고도 할 수 있게 했죠. 또한, 올해 6월 개인투자자 투자 한도는 기존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으로 확대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금융당국이 온투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면서도 당국이 특히 기관투자와 관련해 조금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연체율이 오르면서 수익을 내지 못한 온투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당국 기관투자 규제 완화의) 속도가 아쉽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또한, 업계에서는 기관투자 허용과 더불어 여러 요구사항도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 한도도 가능하다면 1조 원까지 확대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당국이 올해 5월에 내놓은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업체도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요구사항을 당국에 바란다면 온투업체가 풀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낮은 신뢰도' 입니다.
온투업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8년 금융사고가 잇따라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취급했던 루프펀딩은 400억 원 투자 사기로 대표가 구속됐고 아나리츠와 폴라리스펀딩에서는 각각 300억 원, 50억 원 규모의 사기ㆍ횡령 혐의가 포착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때 하락한 신뢰도가 여전히 업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한 연계투자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이 온투업체의 대출 심사와 채권 추심 과정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온투업체에만 대출 심사와 채권 추심을 맡겼을 때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업계가 원하는 만큼 규제가 풀어진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온투업계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리 없습니다. 이건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P2P대출) 시행에 따른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온투업체가 단기간의 수수료 확대를 위해 대출심사를 소홀히 해 부실투자 사례가 양산될 경우 온투업 대출중개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급격히 축소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온투업 대출 심사, 채권 추심 등의 전문성과 투명성 확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또한, 기존에 부동산 대출에 쏠려 있는 모습에서 벗어나 중금리대출 비중을 늘리려는 모습도 보여야 합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금융당국과 금융소비자,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업계가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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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투업체는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8퍼센트는 지난달 투자자가 상환받은 원리금을 다양한 채권에 분산투자할 수 있게 서비스를 개선했습니다. 이를 통해 모인 자금은 중금리 대출 공급에 활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앞서 어니스트펀드는 3월 BNK저축은행과의 연계투자 업무협약 이후 저축은행, 캐피탈 등 금융기관 10여 개사와 추가로 기관 연계투자 협약을 검토 중입니다. 피플펀드는 6월 말 여신심사와 평가 분야에서 사용될 ‘설명가능한 AI모델(XAI모델)’ 4종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에 나서 자체 AI신용평가시스템을 고도화했습니다.
이 같은 업체들의 노력이 과연 업계 전반의 신뢰도 상승, 영업 활성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온투업계의 투자 규모 확대가 중금리대출 공급 증가, 소비자 편익 제고 등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이투데이/유하영 기자 (hah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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