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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시행·감독만 부실? 혁신마저 부실했던 LH [위기의 LH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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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신도시 사전투기 사태로부터 2년, 또 다시 반복된 ‘말로만 혁신’

생색내며 신설한 취업제한 규정도 유명무실, 개선 시늉만 있었던 악습 관행 반복

한국금융신문

지난해 12월 열린 LH의 혁신 선포 및 청렴 서약식 /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전국 공공주택의 보강철근 누락 등 대대적인 부실사태가 또 한 번 LH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지난 2021년 3기신도시 사전투기 사태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지만 달라진 것이 없는 모습에 국민들은 물론 정부의 비판까지 한몸에 받고 있다. LH가 그간 드러냈던 문제점과 해결 시도, 향후 전망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2월, 정부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통해 대대적인 주택 공급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6번째 3기 신도시로 광명시흥을 지정해 7만 호 규모의 택지를 공급하고, 부산대저와 광주산정 등에 각각 1.8만호, 1.3만호의 택지를 공급하는 내용의 1차 신규택지를 발표하며 부정적이던 부동산정책 여론을 어느 정도 반등시키는 데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호평은 6번째 3기신도시 광명·시흥 토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사전에 사들였다는 사실이 폭로되며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 LH 직원들은 이번 투기 과정에서 부동산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만한 치밀한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쪼개기 방식으로 땅을 공동매입하면서 각각 천 제곱미터 이상씩 사들이거나, 토지보상금을 높이기 위해 나무를 심는 등 ‘전문적 투기꾼’을 연상케하는 수법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LH 직원들이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LH 직원이면 투자도 못하냐며 적반하장식의 대응을 내놓으면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는 사태도 발생했다.

사태 후 변창흠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74일 만에 사퇴했으며,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각종 주무부처 장관들이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정부 말기 부동산정책이 갈수록 수렁에 빠지며 회생불가 상태가 된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LH는 사태 이후 ‘해체 수준’의 고강도 조직개편과 혁신을 통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LH는 투기재발 방지를 위해 LH 전직원 재산등록 의무화, LH 직원의 부동산 투기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준법감시관 도입, 불법행위 처벌 강화 등 내외부 통제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취업제한 대상자를 부장급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퇴직자가 취업한 기업과는 수의계약을 제한하는 등 투명한 업무 체계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공운위 의결을 거쳐 24개 사업을 이관·축소·폐지하고 정원의 약 10%를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도 시행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취임 한 달만인 지난해 12월 ‘청렴 서약식’을 통해 직원의 투기사태로 훼손된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전사적 반부패․청렴 문화 확산을 위한 실천을 결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한준 사장은 “LH의 주인이자 고객은 국민”임을 강조하며 “혁신계획과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로부터 6개월여 만에 터진 사고로 이러한 결의마저 빛이 바랬다는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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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열린 LH의 혁신 선포 및 청렴 서약식에서 이한준 LH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



◇ 숱한 혁신 약속에도 그대로였던 ‘전관예우’, 취업제한 규정 유명무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고, 사전투기 악몽이 채 사라지지 않은 시점에서 LH는 또 한 번 ‘부실시공·감리’라는 악재를 만나며 내부 혁신 역시 유명무실한 ‘부실 혁신’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먼저 LH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마련한 ‘취업제한’ 규정과 관련, 지난 2년간 'LH 전관'의 취업 길이 막힌 사례는 단 한 번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7일 LH가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가 혁신안을 발표한 2021년 6월 이후 최근까지 LH 퇴직자 21명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를 받았다. 심사 대상은 지난해 9명, 올해 12명이다.

이 중 취업 불가 판정을 받은 LH 퇴직자는 2021년 12월 퇴직한 뒤 바로 아파트 유지보수·관리업체에 취업하려던 2급(부장급) 직원 A씨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20명은 모두 취업이 승인됐다.

그런가 하면 감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월 1일∼2021년 3월 31일 LH의 3급 이상 퇴직자 604명 가운데 계약업체 재취업자는 304명(50.3%)으로 절반이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당초 LH는 내외부 인사가 일정 비율로 참여한 심사위원단을 통해 공사 발주 평가 및 심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전관 특혜 논란이 계속되자 2021년 내부 인사를 심사에서 모두 배제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후 설계 공모, 감리업체 선정,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종합심사낙찰제(기술 제안과 입찰 가격 제안을 종합 평가해 점수가 높은 업체와 계약) 등 LH가 발주하는 사업은 종류나 방식에 상관없이 외부 인사로만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에도 퇴직자들이 심사위원단과 접촉하는 등 평가 및 심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감사원의 지난해 6월 감사 결과에 따르면 LH와 LH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업체가 체결한 계약 총 332건 가운데 모두 58건에서 심사·평가위원이 퇴직자에게서 전화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해당 심사·평가위원들은 '사전접촉·설명, 비리·부정행위 여부 확인서'에 사전접촉 사실을 적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에 국토부는 취업 심사 대상이 되는 LH 퇴직자를 3급 이하로 확대하거나, 자본금 기준 등을 낮춰 취업 심사 대상 기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LH 전관예우 방지 방안을 오는 10월 발표하는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석열정부의 ‘이권 카르텔’ 혁파 선언에 맞춰 LH는 이번 부실아파트 사태 이후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부실시공 설계·감리업체는 한번 적발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수많은 혁신·쇄신 회의가 나왔음에도 지지부진한 현재 상황이 유지되거나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LH의 ‘혁신’ 자체에 의문부호를 띄우는 목소리도 많아진 상태다. 익명을 희망한 업계 한 관계자는 “아예 ‘혁신위원회를 혁신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보여주기식 혁신만 계속 나타나는 것 같다”며, “워낙 악습 관행의 뿌리가 깊다 보니 한두 해에 조직을 뿌리부터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나”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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