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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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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칼부림’ 조선, 슈팅게임 따라했다...게임 중독에 모욕죄로 고소까지 당해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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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33).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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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20대 남성을 살해한 조선(33)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현실에 대한 좌절감과 불만이 외부 자극에 의해 범죄로 표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당시 조선은 1인칭 슈팅 게임에 중독된 상태였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 부장검사)는 11일 살인·살인미수·절도·사기·모욕 등 혐의로 조선을 기소했다.

◇의심 받을까봐 흉기 안 사고 훔쳐…아이폰 초기화하고 망치로 PC 부숴

조선은 지난달 21일 오후 2시 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남성 A(22)씨를 흉기로 약 18회 찔러 살해한 뒤 골목 안쪽에서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조선은 범행 당일 인천 서구에서 서울 금천구까지 택시를 무임승차하고 오후 1시59분쯤 금천구의 한 마트에서 흉기 2개를 훔친 뒤 신림동까지 재차 택시를 무임 승차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조선을 구속 송치받은 지난달 28일 전담수사팀을 꾸려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주거지·구치소·인터넷 검색 기록 압수수색 등을 통해 범행 동기와 과정 등을 추적했다.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조선의 심리를 분석하는 한편,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와 계좌 거래 내용, 통화 내용 등을 수집하고 가족과 지인 35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선의 휴대전화 2대 중 1대를 압수했다. 나머지 1대인 아이폰은 조선이 이미 초기화한 상태로, 경찰과 검찰, 사설 업체에서도 모두 복구에 실패했다. 조선이 망치로 파손한 컴퓨터 본체도 경찰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에서 복원하지 못했다.

조선은 사전에 증거를 인멸하고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등 범죄를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저장해 둔 불법 정보가 발각될 것을 염려해 범행 전날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범행 당일 둔기로 컴퓨터를 파손했다고 한다. 범행 당일에는 흉기를 구입할 경우 의심을 살까봐 2자루를 사지 않고 훔치는 치밀함도 보였다.

◇범행 당일 아침까지 게임 영상 시청…모욕죄로 고소당해 젊은 남성에 분노

검찰 수사 결과 조선은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의 감정이 쌓여 계획적으로 이상동기 범죄를 저질렀고, 젊은 남성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공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의 심리 분석에 따르면 조선은 잠자는 시간만 제외하고 온종일 게임만 하는 게임 중독 상태였다. 검찰 관계자는 “조선은 가벼운 뜀걸음, 피해자의 뒤와 옆에서 공격, 얼굴과 뒷목 등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부위를 집중 타격, 범행 시도 후 신속히 재정비, 새로운 타겟 물색 등의 특이한 행태를 보였다”며 “마치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듯 잔혹하게 범죄를 실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은 범행을 저지른 날 아침까지도 휴대전화로 게임 동영상을 시청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게임 중독만이 범죄의 동기는 아니고, 범행 직전 조선이 게임 중독 상태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 분석 결과 조선은 가족관계 붕괴와 사회생활 부적응, 여자친구에 의한 실연, 경제적 곤궁 등이 겹쳐 현실에 대한 불만과 좌절감이 큰 상태였다. 불우한 가정 환경 때문에 어릴 때부터 소년원 생활을 했다고 믿고 있었으며, 교제하던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가 겹쳐 타인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조선이 특히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데는 한 남성 게임 유튜버에게 모욕죄로 고소당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은 지난해 12월 27일 인터넷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지칭해 ‘게이 같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고, 신림동 범행 직전인 지난 7월 17일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다. 검찰은 “열등감과 좌절감이 적개심과 분노로 변해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적 살인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선은 범행 당일에도 ‘모욕죄 성립요건’, ‘야동 스트리밍 처벌’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또 조선이 질문에 대해 즉흥적으로 대답을 잘 하지만 바로 들통날 만한 거짓말을 수시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은 경찰 조사 당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번복하는 등 횡설수설한 바 있다. 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 결과가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의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위협, 불안감을 조성하는 흉기 난동 등 이상동기 강력 범죄와 살인예고 등 모방범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용 기자(dee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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