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로 갈증이 심할 때 커피·주스 등 음료 대신 탄산수(스파클링 워터)를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탄산수는 콜라·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와 달리 톡톡 쏘는 청량감은 유지하면서 열량, 당분, 색소, 첨가물 등이 없어 긍정적 대안이다. 수분 보충 효과도 있다. 다만 속이 더부룩하다고 탄산수를 마시는 것은 피한다. 거품이 보글거리는 탄산이 위산 분비를 늘리고 위를 자극해 소화기관에 부담을 준다. 탄산수와 관련한 다양한 건강 속설을 짚어봤다.
X 탄산수를 마시면 더부룩한 속이 뚫려 소화가 잘된다
탄산수를 마시면 탄산가스가 트림으로 나오면서 더부룩한 속이 편안해진 것 같지만 실질적인 소화 기능과는 무관하다. 소화가 잘되려면 소화 효소가 잘 분비돼야 한다. 그런데 탄산가스는 소화 기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는 “탄산가스가 일시적으로 트림을 유발해 소화된 것 같은 느낌만 줄 뿐이다”고 말했다. 오히려 탄산수를 자주 마시면 위장 부담이 커져 속이 더 불편해질 수 있다. 탄산수가 위와 식도를 연결하는 식도괄약근의 기능을 약화해 위산이 역류하면서 속 쓰림, 복부 불편감 등 소화기계 증상이 심해진다. 특히 위식도 역류 질환, 과민성 대장 질환 등 소화기계 질환을 앓고 있다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탄산수 음용에 주의한다.
X 탄산수에 술을 희석해 마시면 수분이 보충돼 숙취가 덜하다
아니다. 탄산수에 술을 희석해 마시면 그다음 날 숙취가 더 심해진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가정의학과 박형준 교수는 “탄산이 알코올의 체내 흡수 속도를 높여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더 빨리 취한다”고 말했다. 체내로 흡수되는 알코올이 빠르게 증가하지만, 간에서 제때 해독하지 못해 심한 숙취를 유도한다. 게다가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하이볼처럼 탄산이 가미되면 도수가 약해져 마시기 쉽고 목 넘김이 좋아져 술이 술을 부르는 과음을 유도하기 쉽다. 최종적으로 알코올 섭취량이 늘면서 숙취도 심하고 간 손상 위험도 커진다.
△ 식사 전 탄산수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논란이 분분하다. 식사 전 탄산수를 마시면 배 속에서 탄산가스가 기체화해 포만감을 높여줘 과식을 막는 효과를 기대한다. 칼로리가 없는 탄산수를 활용해 뇌에서 ‘배가 부르다’고 착각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식사량을 조절해 간접적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동물실험에서는 탄산수를 마시면 배고픔을 느끼는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가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탄산수와 체중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별개로 탄산음료 대신 탄산수를 선택해 마신다면 당으로 인한 칼로리 섭취를 줄여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X 탄산수가 칼슘 손실을 유발해 골밀도를 떨어뜨린다
인 함유량이 높은 탄산음료인 콜라와 착각해 생긴 오해다. 탄산수는 천연적으로 탄산가스를 함유한 물이거나 물에 탄산가스를 인위적으로 첨가한 물이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이시훈 교수는 “뼈를 약하게 만드는 주범인 인 성분이 탄산수에는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인은 칼슘과 대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균형 유지가 중요하다. 인의 섭취량이 많으면 체내에서 인산으로 변해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칼슘의 체내 흡수를 방해한다. 콜라를 정기적으로 마신 여성은 골밀도가 약간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O 변비 완화에 탄산수가 효과적이다
탄산수는 위장관 평활근에 작용해 위장의 운동성을 높여 변비 증상을 완화한다. 소규모지만 이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 부산대 간호학과 전성숙 교수팀이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 변비가 생긴 고령층을 대상으로 탄산수 1.5L를 하루 5번 나눠서 2주 동안 마시도록 했다. 그 결과 주당 평균 배변 횟수가 실험 전 2.94회에서 2주 후 5.70회로 늘었다. 물만 마신 대조군은 실험 전 주당 3.05회에서 일주일 뒤 3.82회로 큰 변화가 없었다.
O 탄산수는 치아 보호를 위해 빨대로 먹는 것이 좋다
맞다. 국내 시판 중인 일부 탄산수는 산성도가 pH 3~4 수준으로 낮아 치아 부식을 초래할 수 있다. pH가 5.5 이하면 치아의 가장 바깥 부분인 법랑질이 녹는다. 연세대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 김상겸 교수는 “탄산수를 자주 마시면 치아 표면이 화학적으로 닳으면서 충치가 생길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탄산수를 마실 땐 빨대를 활용해 치아에 닿는 시간·면적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또 탄산수를 마신 다음엔 물로 입안을 헹궈준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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