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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단독] 김건희 여사 트위터에 '실버 마크' 달게 해달라... 외교부가 왜? [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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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인은 정부기관도 기관장도 아닌데
트위터 기준으로 민간인 신분 김 여사 계정에
질 바이든처럼 실버 마크 달려고 외교부 동원
"부속실 없애더니... 우리가 이런 것도 해야 하나"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회색 체크마크는 해당 계정이 정부기관이나 다자간 기구 또는 정부 인사나 다자간 기구 관계자를 대표함을 나타냅니다.”
트위터의 프로필 라벨 및 체크마크 소개 내용

두 명의 '트위터'(일론 머스크가 인수하면서 이름이 엑스(X)로 바뀜) 계정이 있습니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다른 하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계정입니다.

차이점이 일단 눈에 띕니다. 지난 5월 만들어진 김 여사 계정은 비공개로 관리되는 탓인지 팔로어(구독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본인의 팔로잉 계정도 한 명뿐입니다. 반면 2021년 1월 개설한 바이든 여사 계정은 4만3,000명이 구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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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비공개 계정(왼쪽)과 질 바이든 여사 계정.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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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는 자신을 'The First Lady of the Republic of Korea'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여사 역시 'First Lady of the United States Jill Biden'이라는 문구로 프로필을 채웠습니다. 서로 비슷하지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름 옆에 자그마하게 자리 잡고 있는 '회색 체크마크'(실버 마크)입니다.

"회색 인증마크 받게 해달라"


이야기의 발단은 지난 5월 중순쯤입니다. 당시 대통령실이 외교부에 협조를 요청하는데요. "김 여사가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싶어 하는데, 외교부 차원에서 나서줘야겠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계정 도용 위험이 있으니 (회색) 공식 인증마크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함께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트위터의 인증마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트위터가 부여하는 인증마크는 △파란색 △노란색 △회색 3가지입니다. 먼저 파란색, '블루 체크마크'는 매달 10,000원가량 내는 유료 서비스 구독자에게 부여됩니다. 그리고 노란색, '골드 체크마크'는 주로 기업과 광고주 계정에 달아줍니다. 마지막으로 회색, '실버 체크마크'는 정부기관과 기관장 혹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와 그 관계자들에게 주어지는 인증 표시입니다. 대통령실이 회색 마크를 콕 집어, 김 여사가 받을 수 있게 힘을 써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한 것입니다.

"대통령 부인은 정부기관도 기관장도 아니다"


외교부 입장은 난처했습니다. 김 여사가 대통령 부인으로, 각종 공적 행사에 참여하고 가끔은 정책과 관련한 발언도 내놓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민간인이기 때문입니다. 트위터 측에서 실버 마크를 받을 수 있는 예시로 제시하는 '국가 원수, 국가 부수반, 국가급 내각 구성원, 행정부처의 주요 공식 대변인이나 국회의원 등'에 어느 것 하나 해당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은 실버 마크 없이 트위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쪽에서는 이 같은 이유를 들면서 일단 '불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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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영부인 계정.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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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외교부 눈에 들어온 게 질 바이든 여사의 트위터 계정이었습니다. 동일한 대통령 부인 신분임에도, 바이든 여사 이름 옆에는 실버 마크가 붙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여사에게는 실버 마크를 부여하지 않았느냐" "김 여사도 자격이 되는 것이 아니냐", 이 같은 내용의 요청이 트위터 코리아는 물론이고, 미국에 있는 본사에까지 수 차례 전해졌다고 합니다.

물론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와 한국의 영부인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퍼스트레이디는 법률에 따라 행정보좌관과 비서를 둘 수 있습니다. 비서실장과 언론비서, 연설문 작성자 등을 따로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통령 업무를 보좌할 경우 공식적으로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바이든 여사의 경우 영부인실에 10명 내외 직원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김 여사는 대선 과정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고, 실제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은 폐지됐습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트위터 쪽에서도 바이든 여사와 달리 김 여사는 공식 오피스(사무실)도 없지 않느냐는 등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회색 마크는 결국 받았지만"


이처럼 난감한 여건 속에서도 결국 외교부의 노력은 통했습니다. 다만 트위터 측은 "어떤 기준으로 김 여사에게 실버 체크마크를 부여했느냐"는 질의에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트위터가 자격 심사 과정에서 "국가 원수에 상응하는 개인"으로 김 여사 신분을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이번 일을 "관련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말을 아낍니다. △김 여사가 트위터 개정을 개설하려 했고 △영부인으로서 공식 인증마크를 받고 싶었고 △결정권을 가진 트위터 본사가 미국에 있는 터라 △외교부가 일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간단히 말해 대통령실에서는 당연한 요청(또는 지시)을 한 것이고, 외교부 또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외교부에 남긴 생채기입니다. 내부 분위기는 김 여사의 실버 마크 획득에 따른 보람이 크기 보다 "외교부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불만 쪽에 더 가까워보입니다.

특히나 이번 일을 최근 대통령실에서 외교부에 요구하는 '선을 넘는 지시'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해외 행사, 전시회, 미술관 관람과 같은 일정 등을 계획하는 건 외교부의 업무 중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가끔은 여행 가이드 수준을 요구할 때가 있다"거나 "2부속실이 폐지된 탓인지, 가끔은 여사가 직접 전화해서 독촉을 할 때가 있다"는 등 대통령실을 향한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는 겁니다.

외교부 홈페이지를 보면 '외교정책 수립과 시행', '다자·양자 경제외교 및 국제경제협력외교' 등 8가지 직무를 주요 업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분명 대통령을 비롯해 대한민국 기관장의 해외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업무도 포함돼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외교부가 대통령이 아닌 영부인의 트위터 계정 개설에까지 직접 나서야 하는 건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외교부 "절차에 따른 정당한 업무" 유감


외교부는 보도 이후 "대통령과 영부인의 트위터 계정이 여러 도용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공식 인증마크가 필요하다고 판단, 관련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업무를 진행했다"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또한 "김건희 여사가 업무 관련 독촉을 하거나 업무 수행 관련 지시로 직접 외교부에 전화를 걸었다는 것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트위터측 역시 국가기관 등 공인일 경우, 내부 정책과 절차에 따라 회색 마크를 부여한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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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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