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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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3일 논평을 통해 “박 판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쓴 것으로 보이는 글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먹은 대다수의 의원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 등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대한 적개심과 경멸로 가득 차 있다”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대변인은 “박 판사는 이 사건 선고를 앞두고 거의 모든 법조인이 등록돼 있는 ‘법조인 대관’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매우 이례적이고 뭔가를 대비한 냄새가 난다”며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치적 견해를 그대로 쏟아낸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 의원은 2017년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부부싸움 끝에 아내 권양숙 여사는 가출했고, 노 전 대통령은 혼자 남아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글을 올렸다가 지난 10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에 대해 “이례적”이란 반응이 많다.
박 판사는 실형 선고 근거 중 하나로 “노 전 대통령 부부는 공적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는데,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사가 정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부부를 정치적 비판이 폭넓게 허용되는 ‘공인’에서 배제한 것 아니냐”며 “전임 대통령 부부가 공인이 아니면 어떤 사람이 공인이 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선 “그들이 최고 존엄으로 생각하는 분에 대한 불경죄로 처단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이철규 사무총장)는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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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에선 나를 ‘지역 최연소 당원’이라 부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인 5월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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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판사가 고교와 대학 재학 시절 썼던 글과 SNS 활동 내역을 살펴보면 현 여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인 경우가 많았다. 박 판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방송인 주진우씨 등 주로 야권 인사의 트위터 계정을 많이 팔로(follow)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박 판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고 있다.
박 판사의 글 중엔 “민주노동당에서는 나를 ‘(수원) 영통지역 최연소 당원’이라 부른다”는 내용도 있다. 공무원인 판사는 ‘정치적 중립’ 등의 이유로 정당 가입을 할 수 없는데, 현재 박 판사의 당원 자격 유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 판사의 SNS 활동명인 ‘불꽃’을 두고 여권 고위관계자는 “볼셰비키의 정치 신문 제호를 딴 것으로 보인다”며 “박 판사의 정치적 지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한 소련의 정치가 블라디미르 레닌이 1901년 창간한 볼셰비키의 신문 제호 ‘이스크라(Искра)’의 뜻이 불꽃이다.
여권에선 “박 판사의 개별 판단을 넘어 ‘김명수 법원’이 사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조인 출신의 국민의힘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이후 형사 재판의 안정성,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강민국 당 수석대변인은 “‘김명수 법원’이 원칙 없는 선택적 고무줄 재판과 코드인사, 대법관 인사개입 논란 등으로 불신을 자초해 왔다”며 “사법 개혁이 절실한 이유를 또 한 번 증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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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고3 때 쓴 글 문제 삼느냐"…法 "정치권 부당한 압력"
대법원 전경.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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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판사가 고3 때 쓴 글을 근거로 판사에 대한 사상검증을 하고, 판결을 비판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했다는 이유로 판사의 소속이나 출신 등을 들어 판결을 공격하는 일을 멈추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입장문을 통해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문제들을 근거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런 방식의 문제 제기는 해당 재판장뿐 아니라 모든 법관의 재판 절차 진행 및 판단 과정에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의 독립이나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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