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초선이 사고쳤는데 다선 용퇴? 김은경 혁신안 안먹히는 이유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4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4.13/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선이 문제인가, 초선이 문제인가.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은경)의 ‘다선 용퇴’ 제안을 두고 당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5선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혁신위의 ‘다선 용퇴론’을 거론하며 “그렇게 얘기하는 속셈이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돈 받은 사람들이 다선인가, 또는 가상화폐 (투자)한 사람이 다선인가”라며 “초선·재선·다선으로 구별 짓고 분류해서 선악을 가를 일이 아니고, 책임이 있다면 그쪽에 집중해서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당내에선 지난 10일 김 위원장이 혁신안 발표를 마치면서 “수차례 의원직을 역임하신 분들 중에서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달라”고 말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선 이상 중진 페널티’ 같은 아이디어가 혁신위에서 채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마지막 기자회견 말미에 뜬금 없이 ‘용퇴론’을 꺼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서 민주당에 위기를 가져온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초선이었다. 최근 ‘60억 코인 투자’ 논란을 불러일으켜 스스로 탈당하고,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로부터 ‘의원직 제명’을 권고받은 김남국 의원부터가 초선이다. 비슷한 시기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에 휘말려 윤관석(3선) 의원과 함께 자진탈당을 결정한 이성만 의원 역시 초선이다.

중앙일보

지난 2일 용산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김호일 회장이 '노인 폄하' 논란과 관련해 사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을 만나고 있다. 김 회장이 양이원영 의원의 뺨 대신 책상 위 의원의 명함을 내리치는 시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첫 제명 의원도 초선이었다. 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로 당선된 양정숙 의원은 21대 총선(4월 15일) 직후인 2020년 4월 28일, 선거 직전 제기된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등으로 당에서 제명당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초선 김홍걸 의원은 부동산 투기 및 재산신고 누락 의혹으로 2020년 민주당에서 제명됐다가, 2021년 벌금 80만원 확정판결을 받아 의원직 박탈을 면한 뒤 지난달 복당했다. 그는 최근 2억6000만 원어치 가상화폐 거래를 한 일이 밝혀져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12월, 지인 5명과 ‘노 마스크’ 와인 모임을 가졌다가 당 최고위로부터 ‘엄중 경고’ 조치를 받은 윤미향 의원도 초선이다. 윤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2021년 6월 당에서 제명됐다.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조사한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비호감_이유' 설문조사 결과. 혁신위 보고서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 2021년 6월 제명됐다가 4개월 만에 복당한 양이원영 의원도 초선이다. 양이 의원은 지난 5월 의원총회서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냐”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1일엔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을 거들면서 “미래엔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는 말을 써 기름을 끼얹었고, 끝내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했다.

지난해 4월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는 ‘꼼수 탈당’을 감행했다가 1년 만에 복당한 민형배 의원도 초선이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를 끝까지 5년 채우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서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김용민 의원 역시 초선이다.

이 같은 초선 강경파 의원들의 문제는 놔둔 채 ‘다선 용퇴론’만 꺼낸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팬덤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혁신위는 ‘개딸’이 요구해 온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폐지 등을 혁신안에 포함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혁신안은 사실상 친(親)이재명계를 자처하는 원외 강경파를 위한 조항들로만 가득했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에서도 “이재명 대표에 의한, 이 대표를 위한 김은경 혁신위”(김예령 대변인)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혁신위는 다선 용퇴론을 주장한 데 대해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의 새로운 발전을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김남희 전 혁신위원)고 해명했으나, 이 역시 자체 조사와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안에 포함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모두 민주당 의원들의 비호감 사유로 ‘기득권’보다 ‘무능·부패·위선’을 더 많이 꼽았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경험 부재ㆍ정치적 입지 확보 때문에 강성 지지층을 대변하면서 사고를 낸 초선 의원들은 놔두고 엉뚱한 다선 의원에 불출마 권고한 것을 보면 혁신위가 강성을 대변하는 느낌이 든다”며 “지지층을 넓히는 대신 반대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