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으로 바른 소리 못하게 눌러"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이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기념공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일 단행된 총경급 정기 전보인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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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된 후 좌천됐던 류삼영 전 총경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향해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류 전 총경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정훈 대령님 잘하셨습니다"며 "정의를 위해, 피해 장병을 위해, 해병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행동하는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요즘 보기 드문 참 군인의 표상"이라고 썼다. 박 전 단장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 보직해임됐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 보직해임됐던 류삼영 전 총경이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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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전 총경은 이번 사태가 자신이 겪었던 경찰국 사태와 흡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사건 진행이 경찰국 반대를 (논의했던) 경찰서장회의 때와 너무나 닮아 깜짝 놀랐다. 데자뷔를 보는 듯했다"며 "저는 경찰청장 지시사항 불이행 주모자로 대기발령, 보직해임, 징계 후 보복인사를 당했고, 대령님은 집단 항명 수괴로 입건돼 보직해임됐다"고 썼다. 또 "경찰 출신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후배 경찰들을 질책하는 것도, 군인 출신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후배 군인을 질타하는 연출도 너무 비슷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론 같은 곳(?)이 관여했다고 의심받기에 비슷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무지막지한 권력의 힘으로 정의를 눌러 다른 어느 누구도 바른 소리 못하게 하는 행태는 너무도 흡사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사건 진행도 얼마나 비슷하게 진행될지 지켜보겠다"며 "퇴직금 받게 되면 제일 먼저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다. 힘내시라"고 글을 맺었다.
류 전 총경은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총경급 정기 인사에서 경정급 보직인 경남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전보돼 사실상 좌천됐다. 류 전 총경은 인사조치에 반발해 사직서를 냈다.
그는 11일 사표가 수리되자 12일 "사표는 이미 2주 전에 냈지만 막상 면직 발령을 받아보니 잔잔한 마음에 무언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담담해질 때까지 몇 시간이나 더 걸렸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자신이) 40년간 너무도 당연하고 익숙했던 경찰을 떠난다고 하니 당황스럽고 불안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경찰이라는 이유로 욕먹을 일 없고,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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