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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어제는 중국, 오늘은 미국... 이중 악재에 짓눌린 韓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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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중국 국기 오성홍기. /김남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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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코스피지수가 장 중 2500선이 무너지며,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장 중 25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5월 17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중국과 미국발 악재가 우리 증시를 동시에 눌렀다. 중국 부동산 위기에 더해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며 주식 시장 투자 심리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을 비롯해 중국·홍콩·일본·호주 등 아시아 증시가 모두 하락 중이다. 중국 위안화 약세에 미국 달러화 강세로 원화 가치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한국 증시가 당분간 미·중 이슈에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도, 주식 투매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지수는 17일 장 중 한때 2482.06까지 떨어졌다. 이후 하락 폭을 줄이며 오후 2시 현재 251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이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 중국 부동산 위기, 금융권 확산하나

중국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불안과 중국 실물 경제 지표 부진이 한국 증시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과 경기 전반 침체 우려에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회사였던 비구이위안(碧桂园 Country Garden Holdings)이 이달 6일 지급하지 못한 총 2250만 달러(약 300억 원) 규모 달러화 채권 이자를 30일 안에 갚지 못하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진다. 비구이위안은 매출 기준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사인 데다, 진행 중인 주택 건설 프로젝트도 가장 많았던 회사다.

중국 주택 시장 침체는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통계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내 회사채 디폴트도 올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해 6~7월 중국 기업들은 75억 위안어치 위안화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다. 특히 신규 주택 판매 감소 영향으로 상당수 중국 부동산 기업이 채권 상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 위안화 채권 디폴트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앞서 발표된 중국의 7월 수출·소비·생산·투자 지표 모두 중국 경제 상황 악화에 대한 외부 세계 불안을 키웠다. 중국 정부가 과연 불안을 가라앉힐 만큼 확실한 대책이나 부양책을 내놓을 것인지, 내놓는다면 효과는 있을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코스피지수는2021년 9월 중국의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사 헝다(에버그란데)의 디폴트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단기적으로 급락한 바 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2주간 7.4% 하락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발 악재로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2500선 아래로 내려갈 수는 있어도 그 구간에서 장기간 머무르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2500이 지지선이 될 거란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당장 근본적인 부동산 시장 개선은 어렵지만, 중국 정부가 부동산 기업 연쇄 디폴트를 막기 위해 추가 유동성 보강책이나 부양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 위안화 가치 하락에 원화도 동반 약세

16일 역내 위안화 가치는 2007년 이후 1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에 중국 경기 둔화 흐름이 결합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중국 외환 당국은 17일 오전 달러당 위안화 고시 환율을 낮추며 위안화 가치 띄우기에 나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7.2076위안으로 고시했다. 블룸버그 예상치(7.2994위안)보다 낮은 수준이다. 위안화 환율은 인민은행이 정해 매일 오전 역내 외환시장 개장 전 고시하는 환율을 기준으로 일정 범위 안에서만 움직인다. 인민은행이 외환 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강력한 환율 개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날 인민은행은 2월 이후 가장 많은 단기 자금을 금융 시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오전 역내 위안화 가치는 7.3132위안으로 0.2% 하락했다.

위안화 약세는 원화 가치에도 하락 압력을 가한다. 17일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341원 대로 상승했다(원화 가치는 하락). 원화가 위안화와 동반 약세를 보이며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중국발 금융 시장 혼란을 지켜보고 있다. 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험 확산과 관련, “중국 경제가 우리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와 실물 금융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 美 금리 인상 안 끝났다…추가 인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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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023년 7월 26일 금리 결정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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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드디어 끝나간다는 기대와 달리,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은 한국 증시에 또 다른 압박을 가했다. 16일 공개된 7월 25~26일 연방준비제도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진정되지 않았고, 따라서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앞서 7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22년 만의 최고 수준인 5.25~5.5%로 올렸다. 이후 발표된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 폭이 크게 줄면서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연준은 7월 회의에서 아직 물가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평가하며,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위험이 상당하기 때문에 추가 통화 긴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FOMC 의사록 공개 후 미국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화 가치도 올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8년 6월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까지 올랐다. 국채 가격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2년물 국채 금리도 5%에 근접했다.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미국 금리 상승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 압력에 관망 분위기가 강해졌지만 투매 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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