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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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때아닌 전당대회 경선규칙 개정 논쟁을 벌이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지난 10일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 폐지를 마지막 혁신안으로 제시하면서다. 내년 4월 총선과는 별 상관없는 전당대회 규칙 논쟁이 갑자기 벌어진 것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궐위 상황에 대비한 친이재명(친명)계의 당권장악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전당대회는 ‘전국대의원대회’의 줄임말
대의원이란 정당법상 당원들의 대리인이다. 정당법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대의기관을 두도록 규정한다. 민주당 대의원 수는 1만6000여명이다. 당 지도부, 당 소속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 지역위원장, 시·도당위원장 등이 당연직 대의원이다. 현역 의원을 포함한 지역위원장은 각 지역 대의원을 40여명 정도 임명할 수 있다.
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는 ‘전국대의원대회’의 줄임말이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전국대의원대회를 ‘전국의 당원을 대표하는 당의 최고 대의기관’으로 규정한다. 전당대회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해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권한을 갖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는 당 대표 선거에서 대의원 투표제도를 없애는 혁신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당 대표 선거에서 대의원 투표 30%, 권리당원 투표 40%, 국민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반영하도록 규정한다. 혁신위는 경선규칙을 바꿔 권리당원 70%,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대의원제 폐지는 강성 당원들의 주요 요구사항이다. 당원들은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똑같이 1인 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권리당원 수는 2020년 80만명에서 현재 130만명으로 늘어났는데, 대의원 수는 1만6000여명으로 그대로다. 그 결과 대의원 1표에 권리당원 60표 이상의 가치가 생겼다. 강성 당원들은 대의기구인 ‘전국대의원대회’ 대신 ‘전 당원 투표’를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두자고 주장한다. 당원들의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취지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대의원제 축소는 ‘팬덤정치’ 강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반대한다.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내거나 당원청원게시판 등을 통해 집단 행동을 해온 소수의 조직된 당원이 당 전체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에서 “급조된 혹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당원들은 대의원으로 편입되기가 힘들다”며 “대의원에 못 들어가니까 아예 없애버리자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사퇴 시 차기 당권 시나리오?
전당대회 경선규칙을 둘러싼 가장 큰 의문은 왜 지금 시점에서 논의하는가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28일까지다. 전당대회가 내년 4월 총선보다 더 나중에 치러진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총선 전 궐위 사태에 대비해 친명계가 전당대회 경선규칙을 서둘러 개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는 검찰이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 회기 중에 이 대표에 대한 2차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과 맞물려 있다.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이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방안이다. 둘째, 이 대표가 잔여임기를 8개월 이상 남긴 시점에 사퇴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박광온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하고, 민주당은 원칙적으로는 2개월 이내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셋째, 이 대표가 연말이나 내년 초에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패배 후 윤호중-박지현 비대위를, 지방선거 패배 후엔 우상호 비대위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 대표는 총선을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궐위를 가정한 전당대회 규칙 문제는 이 대표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지난 9일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설령 구속되더라도 대표직을 사임하지 않으면 이 대표 체제는 계속 가는 것”이라며 “옥중공천이라도 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진심 아닐까”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강성 당원들의 요구사항인 대의원제 폐지를 완전히 등한시할 수는 없는 처지다. 이 대표의 대선 가도를 위해서라도 권리당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당권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친명계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놓아서 나쁠 게 없다. 이에 따라 이 대표도 대의원제를 손보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어떤 식으로든 대의원제 관련한 큰 틀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비명계도 결국 관심은 총선 공천
대의원제 폐지에 대한 친명계와 비명계의 셈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대의원제 폐지에 가장 앞장서는 사람은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이다. 다만 의원들 사이에선 ‘지금이 당권 싸움할 때인가’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비명계 홍영표 의원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대의원제 폐지는 특정인을 당 대표로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자가 아니라면 대다수 의원들은 대의원제 존폐와 관련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 친명계 의원들 상당수가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대의원제 관련 논의에 가담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다. 그렇다고 친명계가 혁신안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쥔 대표를 바꿔야 한다면 비명계보다는 친명계인 게 좋고,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 공천 경쟁에서도 유리하다. 일부 친명계가 대의원제 폐지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당 핵심 관계자는 “자신들이 뭉치면 당을 움직일 수 있다는 효능감을 이미 맛보고 당을 지배하려는 강성 당원들, 이 강성 당원들로부터 물적 토대를 가진 유튜버들, 강성 당원과 유튜버들의 정치적 토대 위에 있는 친명계, 이 삼각 커넥션은 해체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비명계의 주요 관심사도 대의원제뿐 아니라 총선 공천 규칙이다. 혁신위는 대의원제 축소와 함께 공천 규칙 변경안을 발표했다. 현역 의원 하위평가 30% 대상들에게 경선 감점을 최대 40%까지 부여하는 방안이다. 특히 평가 하위 10%에 속하는 의원들은 감점을 40% 받아 경선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친명계 지도부가 ‘비명계 공천 학살’을 벌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9일 MBC 라디오에서 “공천룰을 자꾸 손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학살의 밑작업”이라고 말했다. 비명계는 강성 당원들에게 낙선운동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강성 당원들은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성향의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비명계도 당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당 일각에서는 차기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책임지자는 중재안도 거론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 대표 경선 규칙 개정 권한은 전준위에 있고, 지금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바꿔봤자 어차피 전준위가 나중에 또 바꿀 수 있다”며 “총선이 끝나고 전준위에 전당대회 규칙 개정을 맡겨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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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khan.co.kr/politics/assembly/article/202208260920001#c2b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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