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인권 말살”...6년 만에 열린 회의에 당사국인 북한은 불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공식회의가 열린 17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유엔 본부 2층 회의장에 앳되어 보이는 청년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자신의 순서가 돌아오자 긴장한 듯 물을 한모금 마신 뒤 준비 해 온 종이를 펼쳐 영어로 읽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제 이름은 ‘일혁 김’입니다. 저는 북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고 조국의 가난으로 무급 노동을 해야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북한의 삶은 극심한 전염병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면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걱정 뿐”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어 “나는 두렵다. 북한은 주민들을 고립시키고 핵심 정보에 접근했다는 이유만으로 가혹한 처벌을 한다”면서 “굶주린 속에서도 북한 정부는 우리를 도울 정책이 없다”며 현재 북한의 실상을 설명했다.
탈북민 김일혁씨는 17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 본부 공식회의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윤주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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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작정한 듯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인 대규모 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비판을 시작했다. 그는 “미사일 한 발에 들어가는 돈으로 (정권이 주민들을) 석 달을 먹여 살릴 수 있지만 북한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권력 유지와 핵무기 위협 그리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위협적인 선전에만 관심이 있다”고 했다. 또 “북한 주민들은 정부에 어떤 불만도 표출하지 못한다”며 “인권도 표현의 자유도 법치주의도 없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수용소로 끌려가거나 그냥 죽는다”고 고발했다.
탈북민인 김씨는 2011년 자신이 탈북한 뒤 자신의 친척들이 북한 경찰로부터 가혹하게 탄압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남한으로 탈북한 뒤 (탈북하는) 오빠의 가족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북한 비밀경찰이 고모를 체포해 몇 달 동안 고문하고 구타했다”면서 “당시 고모에게는 다섯 살 된 아들과 세 살 된 딸이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이 지금 자유로운 상황에 있으면 북한 주민들이 같은 자유를 만끽 했으면 좋겠다고 이사국 회원들 앞에서 말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북한 정부에 할말이 있다”고 했다. 숨을 고른 그는 한국말로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 더이상 국민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지 말고 이제라도 인간다운 행동을 하시기 바란다. 우리 북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That means North Korea is not forever(북한은 영원하지 않다)”라고 했다.
17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유엔 본부에서 북한 인권 관련 공식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탈북민 김일혁씨(가장 오른쪽)가 참석해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해 발언했다. /윤주헌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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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발언을 마치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오늘 우리는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을 세상에 알린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김씨의 용감한 발언에 영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에게 “당신은 북한 주민의 존엄성과 권리를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이날 공식회의는 지난 10일 의장국인 미국, 알바니아가 대한민국, 일본과 함께 북한의 인권 유린과 침해 그리고 국제 평화와 안보의 연관성을 논의하기 위해 안보리 공식회의를 요청한 것에 따른 것이다. 2017년 이후로 6년 만에 처음 열렸다. 김씨는 미국이 의장국 자격으로 북한 인권 현실을 알리기 위해 참석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국 중 공식회의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면 투표를 해야 했지만 반대하는 국가가 없어서 바로 공식회의를 열 수 있었다. 당사국인 북한은 참석하지 않았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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