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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김광우 기자]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배진교 정의당 의원) “5대 은행 과점체제 깨야…인터넷은행 경쟁력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 개선책 나온다면 적극 검토하겠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비대면 주담대에서 소득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김주현 금융위원장)
저금리 대출상품을 제공하며 성장가도를 달리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를 위한 메기’라는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주담대 수요 흡수로 외형을 불리고 있다며, 대출 행태에 대해 직접 점검을 예고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국의 오락가락 정책이 지금의 화(禍)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중·저신용자 의무 비중을 강제화한 뒤 인터넷은행의 건전성 악화는 주담대 강화로, 대출금리 인하 압박은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졌다. 당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당국의 미봉책이 부작용을 낳은 셈이다. 또 업계는 당국이 최근 은행권의 완전경쟁을 위해 인터넷은행의 역할을 강조한 이후, 금리를 대폭 낮춰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안정적 대출 해야 위험한 대출도 한다”…일관성 없는 당국에 인뱅 ‘몸살’
시작은 지난 2020년 국정감사였다. 당시 인터넷은행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게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비율 규제를 만들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올해 말까지 전체 신용대출의 30%, 32%, 44%를 신용점수 하위 50%를 대상으로 하는 중·저신용자 대출로 취급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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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영업비율을 늘리자, 연체율도 당연히 올랐다. 이에 안정적으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공급하며 건전성까지 관리하기 위해선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주담대는 신용대출 대비 마진은 적지만, 담보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도 적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제 막 대출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은행에게 성장과 건전성을 모두 잡기 위해선 주담대가 필수였던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월, 케이뱅크는 10월 전 대출 과정의 100%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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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대출에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로 확대해가는 과정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있었고 토스뱅크도 이를 따라갈 것”이라며 “개별 은행만 봐서는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그렇게 나아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전반적인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담대가 훨씬 좋다”고 설명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 대출도 최대로 늘리고 있다”며 “주담대로 우회로를 찾아 실적을 더 달성해야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안정적인 담보 대출이 자리잡아야 위험한 대출도 더 실적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두 대출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도 한 몫했다.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6월과 7월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연일 예대마진 확대와 이자장사를 경고했다. 올 초에도 금리 인하 압박이 계속되자, 은행권은 부랴부랴 대출금리를 낮췄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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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에는 ‘메기 역할’에 대한 압박까지 동반됐다. 영업점과 대면업무가 없는 인터넷은행이 고금리에 기대 이자장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인터넷은행들은 줄줄이 주담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시중은행의 금리가 5%대를 달리던 시기에 카카오뱅크는 최저 3%대 주담대 영업을 유지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7월 말까지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8% 포인트 인하하며 최저 금리를 이어갔다.
이들은 당국이 은행권의 완전경쟁을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 ‘대환대출’ 수요도 흡수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월 기준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금리가 가장 낮은 건 4.02%의 카카오뱅크와 4.09%의 케이뱅크였다. 이들은 올 상반기 주담대 취급액 중 절반 이상이 대환 수요라고 설명했다. 주택시장의 슴통이 트이며 주택 매수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자, 수요는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인터넷은행으로 향했다.
많이 성장했지만…그래봤자 주담대 점유율 5%도 안 돼
서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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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규모는 성장했다. 실제 지난 2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총 21조220억원으로 전년 말(15조5890억원) 대비 반 년만에 34.8%(5조433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은 513조1342억원에서 511조4007억원으로 0.3%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주담대 시장에서 인터넷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턱없이 적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00%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통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낮은 금리로 혜택까지 돌려줬는데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몰리는 게 억울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오피스 모습.[카카오뱅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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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무슨 주범이냐”며 “전체 주담대 시장에서 카카오뱅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2%도 안 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보다 현저히 낮은 규모의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은행의 시장점유율(MS)은 5% 안팎으로 추정된다.
소득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 원인에 대해 세부적인 당국 가이드라인의 부재를 꼽는 목소리가 더 높다. 카카오뱅크는 대면 영업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담보를 선정할 때 KB시세를 따르고 이 플랫폼에 잡히지 않는 주택에 대해선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소득을 산정할 때도 소득원천자료를 자동으로 스크래핑 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모든 것이 당국의 규제에 맞춰 100% 디지털화돼있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차원에서 볼지, 건전성 관점에서 볼지에 따라 같은 당국 안에서도 인터넷은행을 바라보는 온도차가 생길 수 있다”며 “곧 실시될 검사에서는 소득 산정이 잘 됐는지, 담보 가치가 잘 산정됐는지 등 전반적인 여신 과정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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