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이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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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오전 9시 중국 인민해방군의 조기경보기·전투기·헬리콥터 등 군용기 총 42대가 대만 인근 해상에서 비행했다. 이 가운데 26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침범했다. 이와 함께 중국군 함선 8척이 연합 전투대비태세 경계·순찰에 나섰다.
앞서 대만 차기 총통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집권당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은 지난 12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특사 자격으로 대만의 유일한 남미 수교국 파라과이의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가 18일 귀국했다. 라이 부총통은 방미 기간 공세적인 대중(對中) 메시지를 잇달아 냈다.
이날 중국군 동부전구의 훈련 규모는 올해 4월 8~10일 ‘대만 포위’ 훈련에 동원된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보다는 작았다. 그러나 라이 부총통의 출국 후인 15~16일의 군용기 16대·군함 6척, 16~17일 군용기 10대·군함 6척보다는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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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이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훈련 시작 시점에 맞춰 내놓은 입장에서 “동부전구가 대만섬 주변에서 해군·공군 연합 전시 대비 순찰과 병력 합동 훈련을 했다”면서 “함선과 항공기의 협동, 제해·제공권 장악, 대(對)잠수함 탐지 등을 중점적으로 훈련했고, 동부전구의 부대 연합 작전 실전 능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대만 독립’ 분열세력과 외부세력이 결탁해 도발하는 것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했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이후 훈련 영상을 공개하며 “계획대로 대만섬 주변 해역·공역에 도착해, 다방향·입체적·장시간 근접 억제를 진행하고 전 방향으로 섬 포위 진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만 국방부는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며 ‘국군(대만군) 평시 전투대비시기 돌발 상황 처리 규정’에 따라 적절한 병력을 파견해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최근 몇 년간 중공은 지속해서 군용기와 함선을 보내 습격·교란함으로써 지역 안전을 실질적으로 침해했다”며 “군사 연습을 빙자한 이번 움직임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의) 호전적인 무력 사용과 군사적 확장·패권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라이 부총리의 방미 기간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예고하는 한편 육·해·공군을 총동원한 실전에 가까운 훈련 영상을 공개하면서 군사적 압박 수위도 높여 왔다. 중국공산당 중앙대만공작판공실은 이날 라이 부총통의 방미 행보를 두고 “민주진보당 당국이 미국과의 결탁을 강화해 다시 한번 도발해오는 것으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대만 독립’을 위한 분열 활동에는 어떠한 여지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올해 4월 차이잉원 총통·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 당시 ‘대만 포위’을 실행한 만큼, 이번에도 높은 수위의 훈련을 다시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중국이 대규모 군사 행동의 시점으로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날 훈련이 ‘중국 견제’의 기조 아래 밀착한 3국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무력시위를 통해 대만뿐만 아니라 한·미·일에 대한 항의 표시를 더한 이중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한·미·일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국제 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기존 입장에 더해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공동성명에 들어간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표현은 최근의 한·미 또는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에는 없던 것으로, 중국의 무력 통일 시도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겨냥해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안보 이익을 희생시키고, 지역의 평화 안정을 대가로 삼아 자신의 안보를 도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대체 누가 문제를 일으키고, 긴장을 격화하는 것인지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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