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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첩보 수집용 트로이 목마 의심”...중국 전기차, ‘제2 화웨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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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中당국에 수집정보 넘어갈 것” 안보 위협론

美 “자율주행차도 틱톡과 같은 우려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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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중국 자동차가 수출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1분기에는 수출 대수가 107만대로 일본(95만4000대)을 넘어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죠. 2021년 한국, 작년 독일을 차례로 제쳤고 올해는 일본까지 넘어선 겁니다.

중국 자동차 수출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은 전기차라고 할 수 있어요. 전체 수출 대수의 40% 가까이 전기차가 차지합니다. 2차 전지 분야의 기술력과 탄탄한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무대까지 공략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중국 전기차가 복병을 만났습니다. 전기차에는 고해상도 레이더 센서와 동영상 촬영장치, 고성능 반도체칩 등이 들어가는데, 이런 장치가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중국 본토로 보내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미국과 영국에서 제기되고 있어요. 중국 전기차가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중국은 자국 전기차가 화웨이, 틱톡처럼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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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에서 제기되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국가 안보 우려를 전한 호주의 한 자동차 전문지 기사.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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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집 정보, 중 당국에 넘어갈 것”

안보 우려가 가장 큰 곳은 영국입니다. 데일리 메일은 8월6일 “내각 고위급 장관들이 중국에서 수입되는 전기차가 대량의 고객 정보를 수집해 영국을 감시하는 용도로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여러 초당파 의원들도 영국의 자동차 시장 인프라를 중국에 내주는 것은 심각한 안보 위협을 불러올 수 있다고 걱정한답니다.

영국은 전임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 2030년 이후 휘발유와 디젤 등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죠. 그 이후 전기차 보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미국산 테슬라와 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크게 늘었다고 해요. 문제는 이렇게 영국에 들어온 중국 전기차가 수집하는 각종 데이터와 영상, 사진, 녹음 등이 고스란히 중국 당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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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쇼륨에 전시된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의 EL6 모델.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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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국 정부 고위 관리는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전기차가 중국 같은 나라에서 만든 것이라면, 그 차량이 첩보와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느냐”고 했더군요. 짐 세이커 영국 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중국 전기차가 영국 전역을 다닌다면 중국 당국으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트로이 목마’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영국은 지난 2020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에서 배제하고 이미 들어온 장비도 2027년까지 퇴출시키도록 한 적이 있죠.

◇미 정부·의회는 중국 자율주행차 우려

미국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옵니다. 피터 부티지지 미국 교통장관은 7월20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 자율주행차에 대한 안보 우려를 제기했어요.

그는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통신과 틱톡에 대한 우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교통 기술에 대해서도 안보 우려가 있다”면서 “미국은 교통시스템의 여러 요소를 공급하는 서로 다른 회사의 진정한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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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부티지지 미 교통부 장관.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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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의 초당파 의원 4명은 7월17일 부티지지 장관과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자율주행차의 미국 내 운행 상황 등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어요. 이들은 서한에서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광선 레이더, 레이더, 카메라, 인공지능 반도체와 센서 등이 미국 국민과 인프라 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중국에 보내고, 궁극적으로 중국 공산당에 공유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미국에는 7개 중국 자율주행차 기업이 들어와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고 해요.

미국 정부와 의회가 동시에 중국 자율주행차에 대한 안보 우려를 제기한 것은 이 문제를 제대로 살펴보겠다는 뜻이에요. 부티지지 장관은 “자율주행차가 양국 기술 냉전의 최전선이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도 테슬라 군부대 운행 금지

반면 중국은 앞선 중국 전기차 기술에 대한 견제이자 트집이라고 봐요. 인민일보 산하 환구시보는 “영국 정치가들이 아무런 증거도 없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전기차를 겨냥하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이 앞서가는 첨단 산업 영역에 대한 히스테리적 반응”이라고 했습니다. 동이판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연구원은 “영국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변혁의 기회를 잡지 못해 곤경에 처하게 되자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국가 안보 우려를 먼저 제기한 쪽은 사실 중국이었습니다. 작년 3월 테슬라 전기차에 들어가는 카메라가 중요 시설에 대한 첩보를 수집해 미국에 보낼 수 있다는 이유로 인민해방군과 일부 국유기업에 대해 테슬라 운행을 제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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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5월에는 중국 저장성 등 지방정부가 산하 기관 직원들의 테슬라 전기차 보유 현황을 조사하고 일부 핵심시설에는 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중국기상국도 직원들에게 테슬라 전기차를 사지 말고, 만약 샀으면 처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해요. 결과적으로 이런 성급한 조치가 중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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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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