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이슈 G7 정상회담

시진핑 “브릭스 회원국 확대를”… 브라질 “美-G7 대항마 아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브릭스 정상회의 첫날부터 이견

동아일보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5개 회원국 정상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요하네스버그=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ICC 체포영장’ 푸틴, 화상 참석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상 참석으로 대신했다. 요하네스버그=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를 통한 반(反)서방 세력 규합에 나선 가운데 인도, 브라질이 공개적인 이견을 보였다. 개발도상국의 맏형 격인 국가들이 브릭스의 외연 확대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노선 전환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2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1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공동의장을 맡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어떤 국가는 패권을 잃지 않기 위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제멋대로 탄압하고 있다”며 반미 연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브릭스에 대해 각각 “미국이나 주요 7개국(G7)의 대항마가 아니다”, “글로벌 사우스(개도국)의 플랫폼”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 “어떤 나라, 우리 압박” 美 겨냥한 習

정상회의 첫날 열린 비즈니스 포럼은 서방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브릭스 연대를 강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당초 포럼 폐막식에서 시 주석의 연설이 예정돼 있었지만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장관)이 대신 참석해 연설문을 대독했다. 포럼 전 노출된 이견으로 시 주석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시 주석은 대독한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다수 포함시켰다. 그는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어떤 국가는) 잘 발전하고 있는 국가를 제지하고, 따라잡으려는 국가를 걸림돌처럼 여긴다”며 “나는 ‘다른 사람의 등불을 끄는 것이 자신을 더 밝게 만들지 못한다’고 수차례 말했다”고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패권주의적 유전자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브릭스의 외연과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자유와 독재라는 이분법은 분열과 충돌로 이어진다”며 “아무리 견제가 있어도 브릭스는 번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릭스 플러스(BRICS+)’로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20여 개 국가가 브릭스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제시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언급하며 “중국은 손잡고 안보공동체를 구축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 반미-반서방 노선에 ‘동상이몽’

시 주석은 브릭스를 경제협력체를 넘어 안보공동체로 발전시키자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실질적 합의까지는 험난해 보인다. 특히 서방의 투자 유치를 꾀하는 인도와 브라질은 브릭스의 성격을 반미, 반서방으로 몰아가는 것에는 선을 긋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연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브릭스는 미국이나 G7 등의 대항마가 아니다. 미국과 경쟁 체제를 구축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한 후 브라질은 미국, 유럽과의 관계를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남미 좌파 대부’로 불리지만 해외 주요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미중 양쪽 모두에서 실리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정상회의 전체회의에서 “인도는 회원국 확대를 통한 브릭스 확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앞서 연설에서는 “브릭스는 글로벌 사우스의 관심 사안을 토론하는 플랫폼”이라며 시 주석의 반미 연대, 안보공동체 구상과 거리를 뒀다. 인도는 중국 주도의 경제 질서를 경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남아공 소식통을 인용해 “남아공 정부는 중국에 동조하고 싶어 하지만 경제적 이해관계는 서방 국가들과 더 깊은 상황”이라고 22일 지적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해외 이동이 제한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화상 녹화 연설에서 “러시아를 재정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시도는 주권 국가의 자산을 불법 동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