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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최저임금 안 되는 벌이에 빚까지…자영업자 비중 20% 첫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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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비중이 20%선 아래로 내려갔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를 기록했다. 1963년 37%를 넘은 이래 차츰 줄어 올해 2분기 분기기준으로 처음으로 20%를 밑돈 것이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 수는 554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용근로자 증가율(3.4%)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자영업자 비율이 줄어드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미국(6.6%, 이하 2021년 기준)ㆍ일본(9.8%)ㆍ독일(8.4%) 등 주요국 대비 크게 높다. 한국보다 비중이 큰 국가는 콜롬비아(48.1%), 브라질(31.2%), 멕시코(31.8%)와 같은 중남미 국가가 많다.

문제는 자영업 비중 축소가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자영업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코로나 19라는 큰 충격으로 문을 닫거나 종업원을 줄이고 나 홀로 경영을 하는 사례가 늘며 자영업 비중이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자영업에서 밀려나는 이들을 수용할 만한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라며 “이런 현상은 한국 경제 전반의 고용 부진,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1년 소상공인이 한 해 평균 올리는 매출은 2억2500만원이었다. 하지만 이중 영업이익은 평균 2800만원에 불과했다. 월세·인건비·원자재 비용 등을 제외하고 한 달 약 233만원 정도가 자영업자 손에 떨어지는 것이다.

사실상 제한 없이 일하는 자영업자의 근무시간을 고려하면, 일부는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소상공인 중 그나마 사정이 나은 제조업(5300만원)을 제외하고, 흔히 자영업자로 분류하는 도소매업(2800만원)과 숙박·음식점업(2300만원)의 사정은 평균 이하였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벌이는 신통치 않지만, 부채는 많았다. 2021년 기준 빚 있는 자영업자는 전체 자영업자의 59.2%로 절반을 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부채 규모는 426조원으로 사업체 하나당 평균 1억7500만원의 빚이 있었다.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 역시 사정은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지난해 510조7000억원으로 3년 새 172조2000억원(50.9%) 늘었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금융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지난해 6월 0.47%에서 올해 6월 1%로 올랐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코로나19 이후에도 고금리ㆍ고물가 여파가 이어지며 ‘보복 소비’ 기대는 사그라들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카드 고객의 외식업종 건당 사용금액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2분기 사용금액은 96.2로 3.8% 줄었다.

대신 달라진 사회 분위기가 시름을 늘린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요식업의 시간대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시간은 오후 6시~8시(19.2%)였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는 오후 8시~10시(20.1%)였다. 2ㆍ3차로 이어지던 회식 문화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에도 살아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자영업 비중의 ‘질서 있는’ 축소를 유도하되 그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은 이미 과당 경쟁 상황인데, 청년이나 은퇴자가 식당과 같은 전통적인 자영업으로 몰리는 것은 자영업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결국 자영업자의 추가적인 도태를 양산할 수 있다”라며 “기존 예비 자영업자들이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남현·김남준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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