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암·뇌졸중 등 중증 환자 61%
2009년 다학제 시스템 국내 첫 구축
혁신 거듭해 더 힘찬 발걸음 준비
고려대구로병원은 내년 초 새 암병원(누리관) 착공에 나서며 ‘중증 질환 특화병원’을 목표로 병원 시설과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사진 고려대구로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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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지’는 말 그대로 병원이 없어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1980년대 초까진 서울 서남부권에 있는 구로 지역도 의료 취약지로 꼽히는 곳이었다. 공단이 자리하고 있어 의료 수요가 많았지만, 당시 의료 여건은 열악했다. 고려대구로병원은 83년 의료 불모지인 이곳에 터를 잡았다.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다.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장은 “구로병원은 어려운 시기에 학교와 의료기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며 “꾸준한 발전을 거듭한 결과 대규모 의료 인프라를 갖춘 대표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구로병원이 오는 9월 개원 40주년을 맞는다. 이 병원이 걸어온 40년 길엔 발전과 소명의 역사가 함께한다. 특히 구로병원은 개원 때부터 구로공단 근로자와 지역민에게 희망이자 자부심으로 통했다. 이에 부응해 병원도 신관을 건축하면서 병상 수를 늘리고 의료 장비와 우수 인력을 확충해 진료 인프라를 확대했다. 그 결과 서울 서남부권을 넘어 전국에서 중증 환자가 믿고 찾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병원 개원 때보다 병상 수는 3배, 환자 수는 10배, 수술 건수도 10배 이상 증가했다(2022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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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국내 유일
실력 있는 병원엔 중증 환자가 몰리기 마련이다. 구로병원은 중증 환자 비율이 61% 이상으로 수년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증 질환에 대한 치료 역량이 뒷받침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병원은 ‘중증 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와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센터’ ‘서울시 중증 외상 최종 치료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중증 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는 전국의 외상 환자를 살릴 중증 외상 전문의를 육성한다. 2016년엔 권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면서 응급 환자 치료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뤘다.
고려대구로병원이 중증 질환 특화병원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건 일찌감치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정 병원장은 “구로병원은 국내 최초로 2009년 다학제 시스템을 암 치료에 도입했다”며 “당시에도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를 적용하기 위한 의료진들의 의지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병원은 먼저 유방암에 다학제 진료를 적용한 이후 모든 암으로 적용 범위를 늘렸다. 이를 위해 다학제 진료실을 확충하고, 환자의 편의성을 높인 진료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구로병원의 성장 동력은 사회적 책임에 기인한다.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은 진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래 의학을 위한 연구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구로병원은 2013년 연구 중심 병원으로 최초 지정된 이후 신약 개발과 진단기기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쌓아 왔다. 지역 특색을 살려 구로 지역의 벤처기업들과 의료 사업화를 주도하고 있다. 혁신형 바이오헬스 기업을 육성하는 데 한창이다. 앞서 구로병원은 2019년에 이어 2022년에도 보건복지부 주관 ‘개방형 실험실 구축사업’ 주관 기관으로 재선정됐다. 또 2021년 서울시가 조성한 ‘G밸리 의료기기 개발 지원센터’를 위탁 운영 중이다. 정 병원장은 “구로병원이 G밸리에 있는 의료기기 기업을 성장 단계에 따라 맞춤 지원하며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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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플랜 2단계로 새 암병원 ‘누리관’신축
외형적 변화를 통해 미래 병원을 실현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고려대구로병원이 총 3단계로 마스터플랜을 가동하게 된 배경이다. 1단계는 지난해 9월 미래관 신관을 오픈하면서 첫발을 뗐다. 2단계인 새 암병원(누리관)은 내년 초 착공,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새 암병원 신축의 핵심은 제1 주차장 부지를 개발해 기존 암병원을 신축 확장하는 것이다. 마스터플랜 2단계가 완료되면 다학제 진료와 암 통합치료 시스템을 위한 의료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3단계는 연구·교육 인프라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교수연구실이 있는 새롬교육관을 재개발해 연구 공간을 확장한다. 이를 통해 지역 내 바이오 벤처기업과 주요 대학, 정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의료 사업화를 견인함으로써 한국형 의료 실리콘밸리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각오다. 정 병원장은 “마스터플랜은 단순히 공간 확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중증 질환 치료를 중심으로 병원의 시설과 시스템 전반을 재편함으로써 사회가 요구하는 중증 질환 특화병원의 사명을 다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구로병원의 이념과 미래 비전은 40주년 기념 슬로건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더+ 가까이’란 문구 앞엔 ‘당신의 마음에’ ‘의료의 새 길에’ ‘사회의 목소리에’란 문구가 따라온다. 이는 환자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의료의 새 길을 열고, 사회가 기대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정 병원장은 “고려대구로병원은 ‘사회에 기여하는 병원’이라는 태생적 소명을 품고 지난 40년간 ‘어떻게 세상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성장해 왔다”며 “40년의 역사를 토대로 향후 혁신을 거듭하면서 더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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