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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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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40~50대 관절염 치료법 혁신적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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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탐방 강남제이에스병원





1호 환자 히딩크 치료 성공 후

2400여 차례 임상으로 효과 확인

인공관절 수술 대체까지 기대

중앙일보

강남제이에스병원 송준섭 대표원장은 2014년 국내 첫 퇴행성 관절염 환자 수술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세계 가장 많이 한 전문가다. 지미연 객원기자


여전히 많은 무릎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병기에 따라 약물·주사 치료, 관절경 수술, 인공관절 수술 중 하나를 받는다.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손상된 연골 부위를 갈아서 다듬고, 그래도 안 되면 기계적인 관절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손상된 연골을 건강한 새 연골로 회복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이다. 강남제이에스병원 송준섭 대표원장은 전 세계에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 최다 수술 케이스(지난달 기준 총 2450건)를 보유한 전문가다. 그는 이 치료법이 40~50대 관절염 치료를 넘어 인공관절 수술까지 대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연골이 손상된 부위에 여러 개의 구멍(천공술)을 뚫은 뒤 제대혈에서 뽑은 줄기세포를 이식해 연골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다. 무릎뼈 주위에 연골을 만드는 호르몬이 자극을 받아 줄기세포가 연골로 분화해 회복하는 원리다. 수술에 사용되는 줄기세포치료제(카티스템)는 2012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2019년 재심사까지 통과했다.



히딩크, 수술 1년 후 테니스·골프 즐겨



중앙일보

히딩크 전 감독은 송준섭 대표원장에게 2014년 오른쪽 무릎에 이어 2022년 왼쪽 무릎에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받고 성공적으로 회복 중이다.


하지만 개발 당시 효과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는 송 대표원장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기대는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다. 그런 그가 국내 최초로 임상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국가대표팀 주치의로 임명된 후 축구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오른쪽 무릎의 극심한 관절염으로 고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벨기에·미국 등에서 인공관절 수술 진단을 받은 상태였지만 다른 치료법을 수소문하던 차에 송 대표원장에게 소식이 닿은 것이다. 송 대표원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치료법이 있다”며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소개했다. 당시 제대혈 줄기세포 재생 치료가 막 태동한 시기였다. 히딩크 감독은 관심을 보이며 한국을 방문했고 송 대표원장은 수술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술기상으로는 어렵지 않았지만 임상 케이스가 없었기에 “효과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갖고 있지만 얼마만큼 나아질 거라 자신하진 못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설사 실패하더라도 위험 부담은 없다”는 말에 받아보겠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에게도 송 대표원장에게도 도전이었다.

도전이 혁신과 성공이라는 걸 확인하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송 대표원장은 MRI로 연골 생성 과정과 함께 수술 후 10개월 만에 건강한 새 연골이 온전히 자리 잡은 것을 확인했다. 1년이 지난 후엔 테니스와 골프를 즐길 정도로 회복됐다. 히딩크 감독이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으로부터 참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무릎 수술이 단연 최고의 선물”이라고 밝힌 이유다. 히딩크 감독은 오른쪽 무릎 수술 후 8년 만인 지난해 왼쪽 무릎에도 송 대표원장에게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받고 좋은 경과를 보이고 있다.

수술 성공 사례는 세계로 퍼졌다. 이는 외국인 환자 내원으로 이어졌다. 특히 중동 지역 환자의 관심이 높았다. 송 대표원장은 “중동은 부의 수준에 의료 인프라가 미치지 못하고, 종교적 문화 때문에 근골격계 환자가 많은 곳”이라며 “특히 카타르 환자를 처음 수술한 2015년 이후 꾸준히 중동 등 해외 환자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원장은 지난 7월

주한 카타르 대사관으로부터 ‘본국의 환자들을 잘 진료해 줘서 고맙다’는 메시지 카드와 선물도 받았다.



내년 도입 10년…‘J-Stomy’ 국제 인정 도전



첫 성공 이후 국내외 환자의 임상 데이터는 쌓여갔다.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 전 세계 최초 300건, 500건, 1000건, 2000건 타이틀을 모두 얻었다. 이제 3000건까지 앞두고 있다. 이들 데이터는 고스란히 연구로 이어졌다.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의 퇴행성 관절염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SCI급 연구 논문을 8편이나 발표했다.

임상 효과는 충분히 입증했다. 하지만 송 대표원장에겐 아직 도전 과제가 남았다. 하나는 세계 학회로부터 혁신적인 무릎 퇴행성 관절염 치료로 인정받는 것이다. 기존 치료법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는 데는 임상 케이스만으로는 부족하다. 장기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을 첫 도입 후 10년이 되는 내년으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송 대표원장을 필두로 강남제이에스병원은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재발 환자에 대한 관절 내시경 전수조사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받고 온 환자를 포함해 관절염이 재발한 환자를 모두 조사했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첫째,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을 통해 새로 생성된 연골은 튼튼하다는 것, 둘째는 수술 후 연골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 통증이 없어진 것만으로 무리한 관절 사용이 잇따랐다는 것이다.

또 다른 도전은 국제학회로부터 송 대표원장의 이니셜을 딴 치료법 ‘J-Stomy(제이스토미)’ 명명이다. 송 대표원장은 단순히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만 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 심한 변형(O자형 다리)이 온 환자에게 적용하는 ‘근위부 경골 절골술(HTO)’을 접목했다. 관절염 환자는 통상 내측 연골부터 닳게 되고 이는 관절염 악화의 주원인이다. 이때 뼈를 깎아 연골 손상 부위를 균등하게 맞춰 골 치유가 이뤄지도록 한다. 이를 접목해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의 범위와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J-Stomy다. 송 대표원장은 2400여 케이스 중 약 1100케이스에 J-Stomy를 적용했다. 실제 2014년 J-Stomy를 받은 당시 69세 여성 환자는 현재 곧은 다리와 함께 양 무릎에 충분하고 건강한 연골을 회복했다. 송 대표원장은 “내년 SCI 논문에 10년간의 효과를 발표해 ‘J-Stomy’를 공식적인 수술법으로 인정받아 K의료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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