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투자금 수백억 원이 수표로 인출된 후 자금 세탁을 통해 가상화폐(코인)로 전환된 정황을 파악하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수표로 인출된 금액 중 약 25억원이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게 흘러간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라임 재수사가 정치권을 겨냥한 로비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검찰이 라임 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50·수배)을 로비의 핵심 몸통으로 보고 코인 지갑 등에 대한 자금 추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단성한)는 최근 라임펀드가 부동산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의 사모사채에 투자한 300억원 중 25억원가량이 민주당 관련 인사에게 전달됐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라임 투자금 중 19억6000만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단체인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장모씨에게 전달됐고, 5억3000만원은 민주당 강원도당 후원회장을 지낸 전모씨에게 제공됐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추가 검사 결과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메트로폴리탄 회장인 김씨가 300억원을 ‘임원 대여금’ 명목으로 수표로 인출하고 인출 자금에 대해 세탁을 거친 후 장씨와 전씨에게 건넸다고 본다. 메트로폴리탄의 명목상 대표인 A씨를 통해 필리핀 이슬라리조트 인수 대금 형식으로 리조트 운영자에게 276억원을 전달하고 이 중 일부를 수표와 현금 등으로 장씨와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라임 사태 의혹과 관련한 핵심 피의자이자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라임은 이번에 알려진 사모사채 투자를 포함해 메트로폴리탄 측에만 약 35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로폴리탄이 자금세탁을 위한 창구일 가능성이 드러난 만큼 우선 자금 흐름에 대한 추적과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메트로폴리탄은 결국 로비 자금을 빼기 위한 창구로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로비 의혹의 핵심”이라면서 “김씨가 메트로폴리탄을 이용해 자금을 인출하거나 인수한 필리핀 카지노를 통해 자금세탁을 했다면 우선 해당 자금 인출 규모와 세탁 경로, 규모, 정치권에 흘러간 정황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조사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투자금 일부가 코인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로비 목적을 위해 세탁하기 용이한 코인 형태로 자금이 움직였을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코인 전환 등에 대한 단서를 포착한 만큼 코인 지갑 추적 등으로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수표와 코인 형태의 자금 흐름을 확인하고 정치권 관계자에 대한 추가적인 로비가 있었는지 최종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정상적인 자금을 코인으로 바꿔서 지급할 이유가 없다. 라임 투자금 중 일부가 코인으로 전환됐다면 코인 지갑 주소를 특정하고 추적하기 위한 조사도 병행될 것"이라며 "코인 지갑 주소만 특정되면 자금 이동 과정과 교체 과정을 확인하는 것은 비교적 수월하므로 우선 이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치권에 대한 로비 수사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금감원이) 전혀 관계없는 사실을 정치적 목적으로 꿰어냈다"며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정치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금감원 조사 결과를 비판했다.
아주경제=우주성 기자 wjs8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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