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9월 수신전쟁, 고금리 100조가 몰려온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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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드는 9월 위기설, 고금리 예금 100조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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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연 5% 이상 고금리 예금만기 집중도래
지난해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오는 9월 이후 금융권에서 100조원이 넘는 고금리 예금 만기가 집중 도래한다. 금융권에선 고금리 예금의 '머니무브(대규모 자금이탈)'를 막기 위해 고심 중이다. 업권을 가리지 않고 예금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레고랜드 이후 연 5% 고금리 예금 100조 넘게 집중 만기도래
30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권에서 수신경쟁이 벌어진 결과, 지난해 10월에서 올해 1월까지 금융권 수신잔액(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 증가액이 100조원에 육박(96조2504억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시장 불안이 최고조였던 지난해 11월 금융권 수신 증가폭은 25조1493억원으로 평소 대비 2배 가량 급증했다. 넉달간 수신 증가액이 100조원에 육박한 만큼 신규 취급액 기준으론 전 업권에서 200조원이 넘는 자금을 빨아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권에 유입된 자금은 대부분 연 5% 이상 고금리였다. 1년 만기 정기예금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저축은행은 평균 연 5.82%(지난해 11월 기준)로 6%에 육박했다. 다른 2금융권인 신협은 연 5.39%이고 상호금융 연 5.27%, 새마을금고 연 5.44%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금리 경쟁을 촉발시킨 은행도 평균 금리가 연 4.95%로 5%에 근접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례적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6월에만 해도 신규 취급한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연 4%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비중은 11월 34.7%, 12월 28.9%로 뚝 떨어졌다. 대신 연 5% 이상 고금리로 예치한 정기예금이 전체의 29.7%(11월)로 대폭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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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말 유동성 규제 맞춰야 하는 금융권 '긴장모드'
최소 100조원이 넘는 고금리 예금이 다음달부터 속속 만기도래가 예정되자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돌발 변수가 발생해 어느 한 업권에서 금리경쟁을 시작하면 전 금융회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최근 고금리 특판예금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 확대, 고금리 특판예금 취급 등 외형경쟁을 자제하고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9월말 기준으로 유동성 규제를 맞춰야 하는 것도 '9월 위기설'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예컨대 저축은행은 3개월 이내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3개월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이 100%를 넘어야 한다. 10~12월 만기 도래하는 정기예금이 '3개월 부채'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금 유출에 대비해 수신을 확보해야 한다. 은행도 1개월 유동성 규제인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규제가 지난 7월부터 강화됐고,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업권도 중앙회에 예치하는 상환준비금 규제가 강화돼 9월말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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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금' 속속 부활…"고금리 특판 경쟁 다시?" 저축은행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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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고금리 수신경쟁 시작한 금융권
은행·2금융권 등 전 금융권 예금금리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세를 반영한 것이지만 지난해 말 팔았던 고금리 특판 예금상품의 만기가 다가오자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나선 영향도 있다.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한 2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말처럼 고금리 특판 출혈 경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예금 최고금리(우대금리 포함)는 연 2.7~4.1%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연 5%대까지 치솟았던 은행 예금금리가 상반기 연 3%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연 4%가 넘는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날 기준 가장 높은 예금금리를 주는 상품은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4.1%)'이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우리 첫거래 우대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연 2.8%에서 연 3.1%로 인상해 모든 우대금리를 합친 최고금리가 연 4.1% 수준이다. DGB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의 금리도 연 4.05%로 4%를 넘는다.
지난해 말 고금리 특판의 만기가 다가오자 이를 통해 끌어모았던 자금을 재예치하기 위해서 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후 채권시장이 출렁였다. 은행들은 자금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 규모를 역대 최대로 늘리고, 예금금리 또한 5%대까지 높였다. 은행 정기예금이 5%대까지 치솟은 것은 이례적이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한시적으로 완화했던 은행권 규제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자 은행들이 예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도 없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를 정상화했고,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연말까지 95%를 유지한 뒤 내년 규제비율은 연말에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레고랜드 사태와 함께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이행 등으로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 예금금리가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올해에도 중국 부동산 위기가 심해지고 미국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또다시 예금금리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높이자 2금융권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2금융권보다 안전한 이미지가 강한 은행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들은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통상 은행보다 1%포인트 높은 이자를 줘야 자금 이탈을 방어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5%대 예금상품을 내놓자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6%가 넘는 상품을 출시했다. 당시 연 10%대 적금까지 등장하며 일부 2금융권 지점에서는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아침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며 기다리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났다.
"지난해와 같은 고금리 특판 경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미 우려를 반영해 2금융권 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한때 3%대까지 떨어졌던 79개 저축은행의 만기 1년 예금금리 평균도 6월1일부터 4%를 넘은 뒤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한성·페퍼저축은행 등은 4.5% 금리의 예금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부 새마을금고는 최근 연 7.7% 금리의 적금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기준금리보다는 타업권의 예금금리에 영향을 받는데, 올해 인터넷은행이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상호금융권도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올해 대출영업이 축소돼 예수금에 대한 수요가 크진 않지만, 지나친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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