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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인류는 90만년 전 멸종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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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학원대학교 연구팀

90만년 전 인구 병목 현상 발견

"기후 변화로 전체 개체 수 98.7% 감소...1280명만 살아 남아"

현생 인류의 조상이 9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하마터면 멸종당할 위기에 처했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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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학원대학교 연구팀은 31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아프리카에 거주하던 인류의 조상들이 약 90만 년 전 약 1280명 수준까지 개체 수가 줄어들었고, 이후로도 약 11만7000년간 이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존재했던 인류 조상들의 인구수가 98.7%까지 감소했다는 것으로 하마터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지도 못한 채 인류가 멸종할 뻔했다는 얘기다. 연구팀의 리 하이펑 인구유전학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약 95만~65만년 전 사이의 아프리카ㆍ유라시아에서 발견되는 화석 기록들이 고르지 못한데, 이번 인구 병목 현상의 발견이 그 연대 간 차이를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를 위해 고대 인류 조상들의 삶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개발했다. 현대인의 유전자 데이터 자료를 분석해 고대의 인구 변동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법을 고안한 것이다. 복잡한 유전자 가계도를 구축한 후 세부적인 부분까지 확장해 중요한 진화적 사건을 식별할 수 있게 했다. 스탠리 암브로스 일리노이대 인류학자는 "해당 연구 방법은 이전에 없었던 방식으로 아직까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80만~100만년 전 사이의 구간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수 있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80만~100만년 전의 시대는 초기 홍적세(Pleistocene)에서 중기 홍적세로 넘어가던 때다. 극심한 기후 변화로 빙하 시대의 주기가 더 길어지고 강해졌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에서는 긴 가뭄이 이어졌다. 리 연구원은 "이같은 기후 변화로 인해 고대 인류의 조상들이 멸종되고 새로운 인류의 종이 등장하게 됐을 수 있다"면서 "결국 그들이 현대 인류와 멸종된 친척인 데니소바인, 네안데르탈인의 조상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고난의 시기를 지나 약 81만3000년 전부터야 겨우 고대 인류의 조상들은 다시 개체 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연구에 참여했던 하오 지콴 산동제1의과대 인구유전학 교수는 "아직까지 인류의 조상들이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다시 번성하게 됐는지는 불명확하다"면서도 "이번에 발견된 '인구 병목 현상'은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으며, 현대 인류의 뇌 크기 등 중요한 많은 특징들을 결정지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도 유전적 다양성의 3분의 2 이상이 당시에 사라졌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인류의 진화에 매우 중요한 시기였음을 의미하며 앞으로도 중요한 연구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계에선 놀랍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은 연구 결과라는 평가다. 닉 애쉬턴 영국 대영박물관 고고학연구원은 "(살아 남은) 숫자가 매우 적다는 것이 흥미로운데, 그렇다면 생존을 위해 뭉쳐 살기 좋은 매우 좁은 지역에 모여서 살았다는 의미가 된다"면서 "더 놀라운 것은 이처럼 소규모 그룹이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살아남았다는 얘긴데, 맞다면 해당 그룹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충분한 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갖췄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화석 발굴ㆍ유전자 분석 등 실제적인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타당성이 입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애쉬턴 교수는 "저자들은 당시의 인구 병목 현상이 전 지구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아프리카 외 다른 지역에서의 고고학 발굴 현장들의 숫자는 그것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하며, 인구 병목 현상은 아프리카에 한정돼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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