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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돌연 ‘무기한 단식카드’ 뽑은 이재명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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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물병을 잠그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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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부터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돌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6월에도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발해 11일간 단식농성을 벌인데 이은 2번째 단식이다.

표면적으로는 정권에 맞서 항쟁을 시작한다는 명분이지만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등 검찰의 수사와 당 일각의 사퇴론에 맞선 고육지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이달 예상되는 체포동의안 국면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민생파괴와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정부의 반대입장 천명 및 해양법재판소 제소 △전면적인 국정쇄신과 개각 단행을 촉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11일간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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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5월, 23일 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던 김영삼 전대통령의 모습.[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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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6월7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1일 간 단식 투쟁을 벌인 적이 있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한 이 대표는 단식 돌입 11일째에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면담을 가진 후 농성을 중단했다. 그는 이후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수액 투여 등 치료를 받았다.

다만 이 대표가 단식투쟁으로 당 지지율 반등을 비롯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야당 지도자들은 과거 중요 국면에서 단식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83년 신민당 총재 시절 23일간의 단식은 신한민주당 창당 등 민주화 진영의 결집이라는 결과를 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민당 총재였던 1990년 지방자치제 시행 등을 요구하며 13일간 단식했다. 단식 후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뜻을 이뤘다.

2019년 11월에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투쟁을 감행했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장외 농성을 이어가던 그는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8일만에 단식을 중단했어야 했다.

李 “4일 오전 2시간만 조사받겠다” 檢 “전체 조사 진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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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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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쌍방울 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 관련해 오는 4일 오전 2시간만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 측은 이날 준비된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일 “이 대표가 검찰이 고집하는 오는 4일 출석하겠다”며 “다만 일시 조정이 불가능한 일정 등을 고려할 때 4일에는 1차로 오전 조사를 실시하고 다음 주 중 검찰과 협의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 이 같은 입장은 오전에 검찰에 전달됐고 현재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수원지검은 1일 입장문을 통해 “최초 8월 30일로 조사 일정을 정해 출석 요구했으나 이 대표의 ‘불가’ 입장을 냈다”며 “다시 출석 요구한 9월4일 오전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 준비된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음을 변호인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민주 “尹 정권 결사항전” 국힘 “李, 정치 그만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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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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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는 윤 정부에 대한 투쟁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일 CBS라디오에서 “검찰 관련 폭압이 이어지고 특히 채수근 상병, 이런 사건을 봤을 때 국정농단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제, 민생 파탄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서 국가운영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 (윤 정부에 대한) 결사 항전의 의지를 담아 단식에 돌입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같은날 YTN라디오에서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 외교가 파탄나고 있기에 국회를 책임지는 제1당 대표로는 반드시 강한 투쟁을 해야 한다. 그 투쟁 방법으로 단식을 선택한 건 아주 잘한 일”이라면서 “(단식 이후)플랜은 지금 얘기할 필요가 없다. 윤 대통령의 변화가 어떻게 나오는가. 이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인 이 대표를 향해 “방탄 단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법처리 회피용 단식, 체포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내분 차단용 단식, 당권 사수를 위한 단식”이라며 “단식의 핑계로 민주주의 파괴를 내세우고 있지만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을 인위적으로 뒤흔들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가장 반민주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누가 봐도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한 법치국가의 수사절차를 방해하는 방탄 단식에 불과하다”며 “이 대표는 곡기를 끊을 것이 아니라 정치를 그만둬야 할 사람이다. 검찰 출석을 회피하기 위한 간헐적 단식으로 귀결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대국민 사기극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단식 명분이 불분명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에 대해 “국민들은 관심 없다”며 “구차하게 단식이라는 방식을 통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의미가 없다. 아무 문제 없는 대표가 단식을 해도 오해를 받는데, 사법리스크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단식하니까 (수사를) 피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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