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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6일 황금연휴 특수는커녕…영세 자영업자들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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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오피스·대학가 상권은 되레 매출 타격

가게 문 닫고 인건비·전기세 절약 고민도

문 열면 "식자재 어디서 구하나" 또다른 걱정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서울 성북구 돈암동 아파트 단지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곽모(59)씨는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이 달갑지 않다. 추석 연휴와 임시공휴일, 개천절로 이어지는 엿새 간의 황금연휴 때 동네가 `텅` 비어 매출 타격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곽씨는 “우리 가게 주 고객은 단지 내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중년 주부들”이라며 “다들 연휴 때 친정과 시댁, 근교와 해외로 떠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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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음식점의 영업시간 안내문(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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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추석연휴와 개천절 사이 평일인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이후 업계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대형 백화점이나 관광지 인근 지방 상권은 특수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주거·오피스·대학가 상권 내 영세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매출이 줄고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북구 송중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황모(55)씨는 “연휴가 너무 길어지면 고향에 내려간 사람들은 더 오래 머물고 해외에도 나가기 때문에 동네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7)씨는 “업종에 따라 다르다지만 직장인 상대로 점심 장사하는 저희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아이 엄마가 주 고객인 카페 사장 곽씨는 “보통 주부들은 추석 3~4일 전부터 장보기와 음식 준비로 바쁘기 때문에 연휴 시작 전부터 장사는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한 찬반 투표글이 올라왔다. 3일 오전 9시 기준 투표 내용에 따르면 ‘좋다’는 응답은 24.2%(210표)에 불과하고 ‘영향 없다’는 응답이 14.5%(126표), ‘나쁘다’는 응답이 61.3%(532표)에 달했다. 정부는 임시공휴일 지정의 가장 큰 이유로 내수 경제 활성화를 꼽았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취지와는 정반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런 탓에 연휴 기간 아예 문을 닫고 인건비와 전기세를 아껴보겠다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커뮤니티에서는 “파리만 날릴 바에 쉬겠다”, “괜히 감정과 체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참에 자주 보지 못한 가족을 만나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일부에선 “간혹 명절에 대가족 단위의 배달이 들어올 때가 있다”, “여름 휴가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쉬어야 한다니”라며 고민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연휴 영업을 강행해도 또다른 난관에 봉착한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평소 거래하던 시장 등이 문을 닫으면 식자재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황씨는 “시장이 문을 닫으면 어쩔 수 없이 마트에 가는데 마트는 시장보다 비싸 이윤 이 덜 남는다”며 “그마저도 연휴 때 휴무인 마트가 많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물류와 택배를 미리미리 쟁여놔야 해 벌써부터 스트레스”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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