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학급지도 어려움... 진상 밝혀야"
근무 학교에도 시민, 교사들 추모행렬
3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사흘 전 사망한 교사 A씨를 추모하는 근조 화한이 늘어서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이고, 며느리야 가지 마라. 나는 어떻게 살라고.”
3일 오전 서울 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 사흘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양천구의 초등학교 교사 A(38)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A씨 딸이 영정사진과 명패를 들고 발인 행렬 선두에 나서자 시어머니는 며느리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A씨 남편은 눈물을 흘릴 기력조차 없는지 초점 잃은 눈으로 발인 과정을 그저 묵묵히 지켜봤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A씨를 ‘성실하고 씩씩한 교사’로 기억했다. 같은 학교 원어민 교사 B씨는 “고인은 항상 밝고 건강한 기운을 준 선생님이었다”고 말했다. 고인과 대학원을 같이 다닌 C씨도 “수업 연구를 열심히 하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분”으로 회상했다.
그렇기에 주변인들은 14년차 초등교사가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A씨가 평소 악성 학부모 민원 등에 시달렸다는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교사노조는 앞서 1일 성명서를 통해 “올해 6학년 담임교사를 맡은 고인이 학급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복수의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3년 전 A씨와 같은 학년 담임을 했던 30년차 교사도 “학기 초 고인 학급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있었고, 문제가 반복되자 병가를 냈다 들었다”고 귀띔했다.
A씨 학교 동료들 역시 “고인의 학급은 지도가 어려운 반으로 교내에 소문이 파다했다”며 그가 학급 관리에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한 관계자는 “A씨가 학급 관리에 어려움을 겪다 보건실을 찾아 ‘숨이 안 쉬어진다’고 했다 들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교사도 “해당 학급에 지도가 어려운 학생이 있는 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발인식에 참석해 고인의 사망 이유를 빠짐없이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혹여라도 돌아가신 선생님이 고통받은 부분이 있으면 철저히 조사할 테니 걱정 말라고 유족들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등교사 A씨가 재직했던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인이 근무했던 학교에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A씨가 일한 초등학교의 정문 인근은 근조화환으로 뒤덮였고, 추모객들은 정문 안쪽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국화를 들고 헌화했다. 교문과 학교 담벼락에도 ‘선생님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시길’ ‘선생님과 함께 초등학교 생활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등 고인을 기리는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했다.
현직 교사들 방문도 끊이지 않았다. 인천에서 초등교사로 근무하는 박모씨는 동료와 함께 이른 아침 학교 앞을 찾았다. 박씨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도 제대로 진상규명이 안 됐는데, 또 다른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잠이 오지 않았다”면서 “교단은 지금 ‘집단 우울증’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18년차 교사 장모(41)씨 역시 “3년 전까지 이 학교에서 근무해 고인을 안다. 남의 일 같지 않아 추모했다”고 말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