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가 최근 깜짝 공개한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미국 정가에서 '고강도 대중(對中) 제재의 실효성 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 광둥성 선전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한 직원이 새로운 화웨이 메이트 60 스마트폰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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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화웨이는 지난달 29일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발표했다. 업체는 이례적으로 신제품을 공개하면서도 어떤 프로세서가 쓰였고 몇 세대 이동통신이 가능한지 등 핵심 특징을 밝히지 않았다. WP는 화웨이의 제품 공개가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장관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와 고율 관세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중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며 "미국 제재에 대한 '저항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와 업계 소식통의 발언을 종합하면, 메이트 60 프로에는 중국이 자체 생산한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가 사용됐다. 해당 반도체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5세대 이동통신(5G) 칩이 탑재됐으며, 일부 구매자들이 벤치마크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메이트 60 프로의 성능이 여타 최신 5G 스마트폰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7나노 공정의 반도체는 2018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간 칩에 들어간 기술과 동급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만 TSMC가 제조 중인 최신 아이폰용 칩은 4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의 애플 스토어 매장의 창문에 비친 화웨이 로고.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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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자체 설계·생산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WP에 전했다. 컨설팅회사인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선임 부사장인 폴 트리올로는 "메이트 60 프로의 등장은 미국 기술 없이도 서방의 최첨단 모델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수준의 첨단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며 "이는 지정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WP는 그간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 "대중 제재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자립 시점이 당겨질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것이 실현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미국 터프츠 대학의 크리스 밀러 교수는 "이번 일은 화웨이같은 중국 기업이 여전히 큰 혁신 역량을 지녔음을 보여줬다"면서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지를 둘러싼 미 정가의 논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화웨이는 자사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브이(V)몰을 통해 메이트 60 프로와 저가 모델인 메이트 60의 예약 판매를 진행 중이다. 메이트 60 프로는 출시 몇시간 후 초도 물량이 품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이반 램 애널리스트는 "화웨이는 업황 둔화 속 재고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제품 조기 출시로 시장의 반응을 시험할 수 있다"고 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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