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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지못미 휴업' 강행하는 교사들…'등교 어쩌나' 눈치보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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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교육 멈춤의 날'
휴업 참여 밝힌 학교 30곳…교육부, 엄정대응 방침
교사 집단행동에 학부모 '우려 vs 지지' 반응 엇갈려

머니투데이

지난 2일 오전 8시40분쯤 A씨가 근무한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고인을 추모하는 포스트잇과 국화꽃이 학교 앞 정문에 놓여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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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추모행사가 예정된 가운데 주말 내내 전국 곳곳에서 전·현직 교사와 예비교사들이 진상 규명과 교권 회복을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정부는 추모행사와 관련, 위법성이 있을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며 교사들에게 집단행동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3일 집회 주최측인 '교육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따르면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교사들은 4일 오전 서울 서이초 앞에서 개별 추모를 한 뒤 오후 2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 4시30분부터 추모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 교대생들도 같은 날 저녁 7시부터 지역별 교대에서 동시에 추모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학교장 재량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에 맞춰 휴업하겠다고 밝힌 학교는 숨진 교사가 근무했던 서이초를 포함해 30곳이다. 교사들은 연가나 병가 등을 내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집회 참여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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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8시40분쯤 A씨가 근무한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고인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벽에 붙어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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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재량 휴업하는 학교장이나 연가, 병가를 사용하는 교사에 대한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교권 회복 및 교육 현장 정상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9·4 공교육 멈춤의 날에)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의 곁에서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선생님들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에 대한 열망, 교권 회복에 대한 간절함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법무부는 또 아동학대 조사와 수사 등 법 집행 개선을 위한 공동전담팀(TF)을 운영하기로 합의하고 법률 집행과정에서 교원의 교권과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두고 자녀 등교를 앞둔 학부모들 사이에선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할지 서로 눈치를 보는 모습도 엿보인다. 서울 동작구 학부모 김모씨는 "혹시 내 아이만 등교하는 건 아닌지, 생각 없는 부모의 아이로 비치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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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입법촉구 7차 교사 집회.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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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둔 주말에는 전국 곳곳에서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전국 교사들의 집회가 이어졌다. 집회 주최측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는 20만명의 교사가 운집했다. 지난 7월 말부터 7주 연속 개최된 교사들의 집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집회 현장에 모인 교사들은 36도까지 치솟은 찜통더위에도 검은 옷을 맞춰 입고 고인을 추모하며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이초 교사에 이어 주말 집회를 하루 앞두고 서울 양천구 신목초 교사와 전북 군산시 초등교사가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숨진 서이초 교사의 전 동료인 A씨는 "선생님은 퇴근 후 운동하고 독서를 즐기고 심지가 곧은 사람이었다"며 "미술을 잘해 직접 학습지를 만들며 정성을 쏟았다"고 말했다. 고인의 대학원 시절 동기 B씨는 "동기였는데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학생들에게 더 이상 무엇이 정의인지 가르쳐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아동복지법 개정과 학생·학부모·교육 당국의 책무성 강화, 분리 학생의 교육권 보장, 통일된 민원 처리 시스템 개설 등 8가지 내용을 담은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같은 날 숨진 교사가 근무했던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 앞에는 100여개의 근조 화환이 배달됐다. 숨진 교사는 올해 14년차로 육아휴직 후 지난해 2학기 복직해 올 들어 6학년 담임을 맡다가 지난 3월부터 연가와 병가 등을 썼고 사망한 날은 질병휴직 마지막 날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녀 2명과 함께 학교 앞을 찾은 학부모 김모씨는 "엄마들 사이에서도 선생님들의 부당한 처지에 공감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선생님들도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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