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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스토킹 피해자 여성이 남성의 4.5배… 직장 성희롱 과태료 부과율은 7.1%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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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직장 내 스토킹·성폭력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신고건 중 과태료를 문 사례는 전체의 7.1%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를 열흘 앞둔 4일 직장 내 스토킹·성폭력 실태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실을 통해 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신고된 피해자는 총 1만3774명이다. 이 중 여성 피해자는 1만1112명, 남성 피해자는 2457명이다. 205명은 성별 불상이다. 성별이 파악된 피해자 1만3569명만 따지면 여성 피해자가 81.9%로, 남성 피해자(18.1%)의 4.5배에 달한다.

세계일보

직장갑질119와 서울교통공사 노조,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 권인숙 의원 등이 참석한 4일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직장갑질119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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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약 3년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위반 신고도 여성 피해자가 1045명으로 남성 피해자(79명)의 13.2배였다. 특히 피해자가 가해자의 부하인, 위력이 존재하는 관계에서 벌어진 추행은 최근 들어 늘었다. 지난해까지 접수된 신고 1008건 중 피해자가 가해자의 피고용자인 경우는 164건(16.3%), 직장동료인 경우는 307건(30.5%)이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1·2분기에 신고된 174건 중 129건(74.1%)이 피해자가 가해자와 상하 관계였다. 동료인 경우는 6건(3.4%)에 그쳤다.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직장 내 성폭력 현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근 1년간 여성 직장인 10명 중 1명(10.1%)꼴로 직장 내 스토킹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남성 피해자의 4.5배 수준이다.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한 여성 직장인은 3명 중 1명 이상(35.2%)으로 더 빈번했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등 성폭력이 처벌에 이어진 경우는 소수에 그쳤다. 2020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3년 7개월간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직장 내 성희롱 금지)와 관련해 신고된 사건 3186건 중 225건만이 과태료가 부과됐다. 비율로 따지면 7.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해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신고한 경우에도 449건 중 35건(7.8%)만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것도 끔찍한데 회사도, 국가도 제대로 된 보호를 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와 서울교통공사 노조, 이수진 의원실 등은 이날 ‘신당역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을 발표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성노동자를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위원장인 박은하 노무사는 “신당역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은 피해자를 스토킹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보복한 젠더폭력에 해당한다”며 “해당 사건은 개인 일탈행위만이 아닌 직장 내 젠더폭력”이라고 밝혔다. 이어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일터를 조성할 책임은 사용자에게도 있다”며 “‘여성을 살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사용자와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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