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
서울초등교사 절반이 병가-연가 내
정년퇴임 교사에 수업 부탁하기도
‘우회파업’에 맞벌이 부모들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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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모여 통합수업… 재량휴업 교실은 텅비어 4일 오후 경기 시흥시의 한 초교 시청각실에서 6학년 네 개 반 학생들이 한데 모여 통합 과학 수업을 받고 있다(위쪽 사진). 서울 서초구 초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인 이날 전국에서 연가, 병가 등을 활용한 교사들의 출근 거부가 이어지며 교육 현장이 몸살을 앓았다. 같은 날 재량 휴업을 한 세종시의 한 초교는 교실이 텅 비어 있다. 시흥=뉴시스·세종=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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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갓 등교를 마친 오전 9시경 학부모들에게 단축 수업을 알리는 긴급 문자를 보냈다. ‘공교육 멈춤의 날 참여로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어려워 전교생이 일괄 낮 12시 30분에 하교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학교는 담임 교사의 70% 이상이 출근하지 않아 여러 반을 합쳐 수업하는 등 정상 운영이 어려웠다. 소식을 들은 일부 학부모는 1교시 후 자녀를 데리고 귀가했다. 맞벌이 탓에 일찍 하교한 자녀를 돌볼 수 없는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학부모 김모 씨(42)는 “친정어머니께 2시간만 아이를 봐달라고 급히 부탁했다”고 말했다.
● 단축 수업, 합반… 퇴직 교사까지 투입
교육부가 이날 학교장의 재량 휴업을 막으면서, 전국의 휴업 초교는 38개교로 3일 집계(32개교) 대비 많이 늘지 않았다. 하지만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병가나 연가를 내고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면서 수업은 파행이 불가피했다. 인천과 부산은 전체 유치원 및 초중고교, 특수교사 중 각각 2255명, 1820명이 병가나 연가로 결근했다. 대구도 1300여 명이 동참했다. 서울도 전체 초등 교원 약 2만7000명 중 절반 이상이 병가나 연가를 낸 것으로 시교육청은 파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는 교장 등 관리자급 교원 외엔 거의 출근하지 않은 곳도 있다고 들었다”며 “정확한 결근 교원 수는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임시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대체한 학교도 많았다. 서울의 한 초교는 전체 23학급 중 16학급의 담임 교사가 출근하지 않았다. 학년별로 두세 학급을 합반하고, 교장과 교감, 외부 예체능 강사까지 투입해 수업을 진행했다. 서울의 한 초교 교감은 “정년 퇴임한 선생님께도 연락해 하루만 합반 교실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교사 공백을 일찌감치 파악한 일부 학교는 연극 관람, 컴퓨터 코딩 수업, 진로 탐색 교육 등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하지만 당일 아침에야 교사들의 병가를 확인한 곳은 동영상 시청이나 자습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대체 인력이 부족해 교사 1명이 7개 반을 맡은 학교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소속 직원 850여 명을 관내 학교에 파견해 생활지도, 등하교 안전 지도를 지원했다.
● “교사들에게 힘 실어줘야” vs “학습권 침해는 과해”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으며 교사들을 지지했다. 인천의 한 초교 1학년 담임 교사는 “학생 26명 중 22명이 미리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교사들의 뜻을 헤아리고 응원해주는 학부모가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시에서 초등생 자녀 둘을 키우는 강모 씨는 “교권이 더 추락하면 내 아이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들다는 생각에 하루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의 ‘우회 파업’ 참여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갑작스레 학사 일정 변경을 통보받은 학부모들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충북 충주시에 사는 윤모 씨(44)는 “담임 교사가 파업에 참여해 오전에만 1∼3학년 통합 수업을 했다”며 “회사를 빠질 수가 없어 대학생인 큰 애가 수업을 빠지고 동생을 돌봤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응원하지 않으면 ‘진상 학부모’로 취급받는 분위기에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생 학부모는 “교사들의 주장도 존중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학교를 비우는 것이 옳은 방법인지 의문”이라며 “학부모회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다른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재량 휴업에 대해 강경 방침을 밝힌 탓에 학교 휴업에서 교사들의 개인 병가, 연가로 방향을 바꾼 곳들이 많아 오히려 수업 차질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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