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113곳 대상 점검 결과
763건의 법 위반 사항 적발

게티이미지뱅크

직원에게 워크숍에서 장기자랑을 강요하고, 고객과의 술자리 참석을 강권하는 등 지역 금융기관들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지역 금융기관 113곳을 대상으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을 점검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 5건, 임금체불 214건(38억 원), 비정규직·성 차별 7건, 연장근로 한도 위반 33건 등 총 763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고 7일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A신협 직원들은 3개월간 퇴근 후 뮤지컬 학원에 다니며 워크숍에서 할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했다. 평상시 "나에게 잘 보이면 보너스 점수를 준다"고 공언한 임원이 워크숍을 얼마 앞두고 장기자랑과 공연을 하라고 강요했기 때문이다. 워크숍 당일 해당 임원은 "너희들과 그 노래는 안 어울린다"고 혹평했다.

실제로 이 임원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해야 했다. 임원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퇴사를 강요했고 이를 거부하자 기존에 작성하지 않던 업무일지를 작성하게 했다. 폐쇄회로(CC)TV 위치를 변경해 해당 근로자를 감시하기까지 했다. 회식 도중 성추행도 있었다. 이 신협 임원은 회식 도중 잠시 술에서 깨기 위해 회식 장소 앞 벤치에 앉 아있던 여직원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다.

B축협 임원은 여성 직원에게 고객과의 식사 자리에 참석해 술을 따르고 마시라고 강요했다. 해당 직원이 이를 거절하자 다른 지점으로 발령 냈다. C축협 조합장은 매주 월요일마다 전 직원 율동 영상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도록 했다. 이 조합장은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여직원들의 외모와 복장을 지적했다.

고용부가 파악한 지역 금융기관들의 임금체불도 총 38억 원(3,955명)이나 됐다.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법정기준보다 적게 지급하고,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수법이 주로 쓰였다. 연차유급휴가 수당 미지급뿐 아니라 퇴직금을 적게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간제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에겐 합리적 이유 없이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여직원에게 고객과의 식사와 술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자 발령을 낸 지역 축협 임원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위반사항 35건에는 과태료 4,700만 원을 부과하고, 시정을 지시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