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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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8일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 논란을 ‘카르텔에 의한 선거공작’으로 규정하고 더불어민주당을 배후로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당과 언론의 접점, 주모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근거 없는 의혹 제기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언론사의 존폐를 거론하며 강력한 조치를 시사했다. 논란을 키워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발언 등으로 악화한 여론을 뒤집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번 대선 조작 사건은 앞에서는 언론자유를 말하지만 뒤로는 자신들이 언론 권력을 계속 움켜잡기 위해 조작·공작·선동질(일명 조공질)을 한 사안”이라며 “이를 기획하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한 컨트롤타워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의를 왜곡해서 국민 주권을 찬탈하는 선거 공작은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을 허무는 국기문란으로서 가장 사악한 범죄이며 사형에 처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반국가 범죄”라고 했다.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민주당을 배후로 지목하는 발언이 나왔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아무리 간 큰 범죄자라도 대선 결과를 뒤바꿀 초대형 공작을 정치적 뒷배 없이 추진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며 “김만배, 신학림 허위 인터뷰 내용을 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세세히 알고 있었다. 정치적 배후가 없이는 가짜뉴스 생산, 유포, 확산의 삼각 공작이 톱니바퀴처럼 치밀하게 돌아갈 수 있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인터뷰의 주제였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사건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총장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은폐 사건의 주범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최초 불거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수석으로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지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이후) 2012년 당시 새누리당의 이종혁 의원이 ‘문재인 민정수석이 금감원에 전화를 해 압력을 넣어 부산저축은행 조사를 무마했다’고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SNS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박근혜 정부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2013년 4월)을 내린 사안”이라며 “박근혜 정부 검찰이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봐줬을 리가 있겠느냐”라고 선을 그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공작게이트 진상조사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장겸 전MBC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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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이날 ‘대선공작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당초 당 특별위원회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던 이슈를 급을 키운 조직을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위원장은 3선 유의동 의원이 맡았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대선공작 게이트 진상조사단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허위 인터뷰의 수혜자인 민주당은 국정 난맥상 전환 카드라며 심각성을 축소시키고 책임을 회피한다”며 “미디어 환경변화를 악용해 선거공작 수단으로 삼는 정치권, 선거공작꾼, 불공정한 언론으로 이뤄진 삼각카르텔의 존재가 드러난 이상 철저히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의원들이 2021년 10월 발의한 법안이 뉴스타파의 인터뷰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2021년 9월15일 김만배와 신학림의 조작 인터뷰가 만들어진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21년 10월8일, 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을 필두로 민주당 국회의원 32명이 ‘대선공작 면죄부 법안’을 발의했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해도 의원직 상실이 되지 않도록 처벌을 경감하는 내용이다. 김만배와 신학림이 조작한 인터뷰를 활용하기 위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법안까지 발의하며 판을 깔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장 최고위원이 언급한 법안은 2021년 10월8일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장 최고위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이 ‘법안이 상임위에 계류 중인데 조작 인터뷰의 존재를 알고 만든 법안이라면 본회의에서 진작에 통과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당시 국민적 지탄 여론이 일어났고 기사로 (발의가)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으로 민주당이 마지못해 주춤거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역시 이번 논란을 ‘선거조작 카르텔’이라고 부르며 강력한 처벌을 시사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금 거대한 선거조작 카르텔이 작동했다는 의심이 확산하고 있다”며 “그 언론 조작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 세력이 있었고, 사주가 있었고 또 그걸 실행하는 단계적 메커니즘이 입증이 된다면 모두 다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국기를 흔드는 악의적인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라면 (언론사의)존폐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어차피 대선은 이긴 것 아닌가”라며 “국민들은 어차피 다 지난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 무리하다가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에서 “정권 교체 후 지난 1년 동안 이재명 비리 수사만 정치의 중심이 되고 그 사이 여야 정치권은 뭘 했는지 기억에 남는 게 없다”며 “이러다가 정권 내내 이재명 대표 비리 수사를 하다 끝날 수도 있겠다”고 우려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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