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의 한 화웨이 매장 앞에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를 홍보하는 광고판이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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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가 최신형 스마트폰에 7나노(㎚·1㎚는 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중 반도체 전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 등이 상당한 기술 자립을 이뤄낸 셈이기 때문이다. 수출통제 속에도 중국이 ‘기술굴기’를 이룬 게 사실이라면 대응 전략 등도 다시 짜야 할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SMIC이 미국 제재를 어떻게 우회했는지에 대한 공식 조사에 7일(현지시간) 착수했다. 아울러 해당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도 포함되면서 국내 업계도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중국 시장에서 미국 정부의 제재 예외조치를 받아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이 강경한 태도로 선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화웨이발 충격의 핵심은 SMIC가 미국의 첨단장비 규제를 뚫고 어떻게 7나노 공정을 구현했느냐다.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에는 SMIC이 자체 생산한 7나노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9000s’가 탑재됐다. 7나노 구현을 위해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요한데, 이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즉 외국산 핵심장비 없이 어떻게 중국이 자체적으로 첨단 반도체를 만들었냐 문제다. 미 상무부는 이날 “메이트60프로에서 발견된 7나노 프로세서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공식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지난해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에 공급된 SMIC 칩도 7나노 제품으로 파악된 바 있다. SMIC가 EUV 없이도 이전 세대 기술인 심자외선(DUV) 장비를 고도화해 7나노 제품을 생산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네덜란드 정부가 (반도체 장비업체)ASML에 7나노 공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NXT1980 DUV’ 수출을 올해 말까지 허가한 상황이라서, SMIC가 부진한 수율 부분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7나노 파운드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추측하고 있던 사실”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내년 말 양산을 목표로 3나노급 모바일 AP(엑시노스2500)를 개발하고 있는 와중에 7나노 생산 자체는 국내 업계에 크게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강 연구원은 “오히려 놀라운 점은 중국의 전자설계자동화(EDA) 기술 진보 부분”이라고 짚었다. EDA는 반도체 제조에 들어가기 전 시뮬레이션을 돌려 회로 설계·오류를 사전에 판단하는 소프트웨어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뿐만 아니라 EDA에 대해서도 대중국 수출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강 연구원은 “이 탓에 (화웨이는)칩 설계에 필요한 미국산 EDA 툴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고 이는 2020년을 마지막으로 화웨이가 5세대(G) 이동통신 스마트폰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이유”라며 “이번 7나노 제품 양산은 중국이 EDA 분야에서도 가파른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던 미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내 업계에 불똥이 튈지도 관심사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는 해당 규제를 1년간 미뤄줬다. 유예 종료 시한인 다음달 11일이 다가오면서 한미 양국은 유예 연장을 두고 협의 중인데, 지금까지는 연장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그러나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가 발견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SMIC에 이어 SK하이닉스도 미 정부의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유예 조치 연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4.05% 급락한 11만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SK하이닉스가 반도체를 화웨이에 직접 공급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미국의 제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SK와 삼성이 중국에 메모리를 직접 수출하지 않더라도 우회 유입은 막을 길이 없다는 건 수출규제 당시에도 예상된 전망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용도의 제품에 들어가는 D램은 그럴 수 없지만, 대부분의 D램은 커머디티(범용) 제품이기 때문에 중간 도매상 등 제3자 경로로 유통되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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