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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검찰과 법무부

뉴스타파 ‘주어 생략’ 편집…고의성 있었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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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무편집본 공개 뒤 논란

뉴스타파 쪽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의혹이 핵심”


한겨레

국민의힘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과 김장겸 가짜뉴스·괴담방지특위 위원장 등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고발하기에 앞서 고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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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에서 비롯된 이른바 ‘가짜뉴스’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검찰이 이례적으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가운데, 뉴스타파가 검찰과 정부·여당의 허위 인터뷰 주장을 반박하겠다며 75분 인터뷰 무편집본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시효(6개월)가 지남에 따라 명예훼손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검찰은 언론보도의 경우 허위인 줄 알면서 보도했다는 ‘미필적 고의’를 증명해야 한다.

7일 오후 뉴스타파가 공개한 인터뷰 무편집본과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6일 뉴스타파의 보도를 비교하면, 뉴스타파는 누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친인척인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사건을 무마했는지 의혹을 제기하며 김만배씨가 말한 ‘주어’를 편집했다.

김만배씨는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에게 자신이 조우형씨에게 ‘윤석열 검사’와 통할 만한 사람으로 박영수 특검(당시 변호사)을 소개해줬다고 한 뒤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라고 말하며 조우형씨가 검찰에서 윤석열을 만났다는 취지로 이야기한다. 이후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던 애”라고도 덧붙였다.

이후 대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검사는 당시 수사검사였던 박아무개였다. 신 전 위원은 “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 검사와 통했던 거야?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라는 신 전 위원의 질문에 김만배씨는 “통했지”라고 답한 뒤 “박아무개 검사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라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박 아무개 검사가 얽어넣지 않고 그냥’을 편집했다.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누가? 박OO 검사가?

김만배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응. 박OO (검사가) 커피 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 검사와 통했던 거야?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던 애지.”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통했지. (이하 굵은 괄호글씨 편집)

(- 신학림: 박영수 변호사가, 그 조우형한테 박영수를 소개해 주니까, 박영수가 윤석열하고 통화를 해서 그러면 조우형은 가가지고 박OO하고 커피 한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

- 김만배: 아니,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

- 신학림: 아니, 검사도 못 만나고 온 거야?

- 김만배: 아니, 검사를 만났는데…

- 신학림: 검사, 누구 검사 만났는데?

- 김만배: 박OO를 만났는데. 박OO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



무편집본에선 김만배씨가 박아무개 검사가 수사를 봐줬다고 언급하지만, 실제 보도에선 윤석열 당시 중수부 검사가 직접 봐줬다고 취지로 읽힐 수도 있는 편집이었다. 검찰은 선거를 3일 앞두고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을 악의적 대선개입 여론조작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보도 당사자인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도 핵심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봐주기 수사가 있었느냐는 것”이라며 “(박 검사) 바로 위에 윤석열 당시 주임검사가 있다. 박 검사가 봐줬으면 윤석열 주임검사는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언론보도에 대한 수사는 명예훼손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몇가지 산을 넘어야 한다. 우선 피해자(당시 윤석열 대통령 선거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할 미필적 고의가 입증돼야 한다. 뉴스타파가 김씨의 녹취를 거짓인 줄 알면서도 보도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지가 관건이다.

실제 검찰은 2008년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 수사 때도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제작진을 명예훼손 등으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언론보도의 특성에 비춰 내용이 객관적으로 최종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공직 수행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에 관해 의혹을 품을 만한 이유가 있고,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바로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대규모 수사팀을 꾸린 데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어떤 범죄 혐의를 가지고 접근할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팀을 꾸리고 ‘선거제도 농단’, ‘대선개입 여론조작’이라고 아예 선언해버렸다”며 “사법적 잣대 이전에 고도의 정치적 언어를 검찰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관련 고발이 이어져 민주주의 선거제도를 어지럽힌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수사팀을 꾸린 것”이라며 “당장은 언론사보다는 신 전 전문위원의 배임 수재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입증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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