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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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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파이어'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 "넷플릭스 싫어하는 이유 있다" [TE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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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는 페촐트 감독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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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 /사진제공=엠엔엠인터내셔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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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탐구하는 독일의 거장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 그는 한경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가 싫다"고 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걸 선택하면 나머지는 알 수 조차 없기 때문이다. 라디오에서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긴다 했다. 그는 선택된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감독이다. 그가 작품속에서 표현하는 사랑도 완성된 상태보다는 사랑에 이르는 과정에 집중한다. 각 인물의 표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관객들이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감독만의 색깔이다.

그동안의 작품도 그랬다. '운디네'(2020), '트랜짓'(2018), '피닉스'(2014)에서 공허하면서 무언가를 쫓는 이들의 표정을 세심하게 담아냈다. 결합되지 못하는 사랑과 분리된 관계 등을 다루며 독일의 현재와 과거를 스크린 위에 촘촘히 새겨넣었다.

영화 '어파이어'는 소설가 레온(토마스 슈베르트)가 소설 마감을 위해서 시골 별장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나디아(파울라 베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자신의 세계 안에 갇힌 예술가와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어파이어'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독일 최고의 거장으로서의 입지를 보여줬다. 서울 마포구의 KT&G 상상마당 스위트에서 영화 '어파이어'의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을 만나 영화의 제작 비하인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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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파이어' 포스터. /사진제공=엠엔엠인터내셔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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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파이어'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었나.

사실 다른 각본을 준비하고 있었다. 디스토피아적인 사회에 대한 이야기였다. 코로나19에 걸리면서 고열에 시달렸고, 그때 꾼 꿈과 두려움 때문에 더이상 디스토피아적인 작품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때 안톤 체호트 단편을 읽고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도 봤다. 그래서 '어파이어'에 삶, 여름, 대중에 대한 그리움이 표현된 것 같다.

전작인 '운디네'에서는 물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했다. 이번 '어파이어'는 불을 소재로 한 이유가 있는가.

'운디네' 촬영 작업을 끝내고 파울라 베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운디네가 마지막에 독립적인 인물이 되었음에 관한 부분이었다. 물 밑에서 살아가는 사실에 대해 언급하며 이후에는 파울라 베어에게 자신감 있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다음 캐릭터를 맡기겠다고 말했다. 파울라 베어가 '한번 보고 싶네요'라고 하더라. '어파이어'의 나디아 캐릭터는 남자는 욕망하지만 자신은 남자의 욕망이 필요하지 않는 인물이다. 파울라 베어와 (마치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혹시 다음 원소는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원래는 공기를 하려고 했다. 다만, 원소 이야기를 곧바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파울라 베어와 '운디네', '트랜짓'에 이어 연달아 작업했다.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나.

'트랜짓'을 찍기 전까지는 파울라 베어를 잘 알지 못했다. 파울라 베어는 연기를 한다기보다 춤을 추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공간 안으로 가볍게 들어오는 배우를 이제껏 본 적이 없다. 유명한 배우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 같은 연기가 아니라 춤과 아이다움을 자아내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똑똑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극 중에서 소설가 레온(토마스 슈베르트)은 무척 무례하다. 그런 측면에서 토마스 슈베르트의 배우로서의 역량이 더욱 빛을 발한 것 같다.

토마스 슈베르트는 굉장히 환상적인 배우다. 그는 촬영 중에 큰 고통을 받았는데, 세미나 중간에는 잘 지냈지만, 촬영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고독해졌다. 아무래도 혼자 나오는 신이 많았다. 바다에 앉아있는데 소설 원고가 날아가는 신을 찍고 난 뒤에 다시 돌아온 뒤에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배우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토마스가 조용히 '여기 나쁜 놈들이 있다'라고 하더라. 6주간 거의 외부인으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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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파이어' 포스터. /사진제공=엠엔엠인터내셔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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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는 Wallners의 'In my mind' 노래가 OST로 나와 레온과 나디아(파울라 베어)의 감정을 극대화해준다. 해당 곡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평소에 플레이리스트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라디오에서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편이다. 넷플릭스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각본을 쓰던 중,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었다. 바로 이 노래라고 생각했고, 남은 각본은 'In my mind'를 들으며 작업했다. 자신을 장님으로 만드는 사랑을 레온을 해보지 못했고, 자신의 자제력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아직 레온은 삶을 놓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작들에서도 그렇듯 느슨한 삼각관계나 사랑의 결합보다는 그 과정에 집중하는 것 같다.

사랑의 관계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멈춘 것이 아닌 움직임이 필요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통해서 파괴될 때가 가장 흥미롭다. 그러기 위해선 제3의 인물이 필요하다. 사랑에 있어서 흥미롭게 생각하는 점은 유지하거나 도달하는 에너지다. 사랑을 이룬 상태는 관심이 없다.

산불은 레온과 친구들이 있는 공간을 침범할 듯 침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레온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관심 없는 태도를 보이지 않나. 그 때문에 예술가의 자학적인 모습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자연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했다.

실제로 촬영하던 10km 떨어진 곳에서 산불이 났다. 몇몇 신은 정말 산불이었다. 불에 탄 모습은 진짜 촬영지의 모습이다. 펠릭스와 친구들이 지붕을 고치는 장면을 통해서는 세상에는 고치고 유지하는 사람과 그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 예술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세탁하거나 지붕을 고치는 장면에서 레온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는 이와 같은 성격을 잘 안다(웃음)

팬데믹 이후에 극장가를 방문하는 관객들이 줄었다. 한국 영화계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독일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고 코로나 이후 창작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독일도 한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극장의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나는 꽤 낙관적인 입장이다. 최근에 이창동 감독과 만나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만큼 낙관적이지는 않으신 것 같다(웃음) 최근에는 코로나 자체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의 결정에 대해서 신뢰를 잃었다. 학교, 대학이 모두 문을 닫았고, 청년들이 어른이 되기 위한 공간조차 얻을 수 없었다. '어파이어'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공간을 돌려주고 싶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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