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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1년 넘게 미룬 '일회용컵 보증금제'…전국 시행 무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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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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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갈 때 보증금 300원을 냈다가, 컵을 반납하면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사용된 컵은 잘 회수해 재사용·재활용하자는 취지입니다.

이 제도는 법에도 규정되어 있습니다. 지난 2020년 국회가 개정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전국에 매장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나 패스트푸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1년도 더 지난 지금,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제주도와 세종시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맹점주들의 반발 등을 이유로 정부가 제도 시행을 미뤄온 건데요.

그래도 2025년 전까지는 전국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혀온 정부. 이제는 아예 법을 바꿔 제도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대하는 가맹점 의견 안 들을 수 없어…법 개정 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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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7일 정부세종청사와 세종시 도담동에 마련된 일회용컵 회수기를 이용하고 일회용컵 보증금제 운영현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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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아예 철회하기로 결정한 건 아니다"라면서 "다만 제도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같이 놓고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시범운영을 하며 현장 목소리를 들어 보니 농촌 지역 등에서도 일률적으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운영하는 것이 맞는지, 주민 불편이나 행정비용을 고려했을 때 효과가 있는 건지 등을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에 규정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려면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국회에는 관련 법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인데요.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우려된다는 점, 가맹점이 아닌 매장은 시행하지 않아도 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처음에(2020년에) 법이 개정될 때 천편일률적으로 법이 도입된 측면이 있다"면서 "제도에 반대하는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도 안 들을 수는 없는 만큼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국회와 논의를 통해 최종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독일에선 20년 전부터 컵 보증금제…서울도 규제 강화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카페나 식당 등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고 있죠.

프랑스는 올해 초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 접시나 수저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매장에서 세척하는 것으로 바뀌었죠. 또 1.5kg 이하 과일이나 채소는 플라스틱 포장을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일회용기 보증금제인 '판트(Pfand)'를 지난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페트병이나 캔, 유리병 등에 담긴 음료를 살 때 100~300원 정도의 보증금을 냈다가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20년 넘게 안착된 제도 덕에 독일에서의 빈 용기 회수율은 98%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서울시는 오는 2025년부터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는 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고, 한강공원을 일회용 배달용기 반입 금지구역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취지에 맞는 다른 대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컵 보증금제가 아니더라도, 텀블러를 쓰는 시민들에게 포인트를 주는 인센티브 방식 같은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건 제도 폐지나 다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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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시민 컵 줍기 결과 발표 및 1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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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는 정부의 이런 방침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지난 8월 감사원은 환경부 장관에게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시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며 “제도가 원래 목적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법에 따라 전국 시행이 필요하며, 환경부는 이를 이행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환경부는 전국 시행이 아니라 법을 바꿔 전국의 지자체에게 일회용 컵을 알아서 해결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제도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건 제도 폐지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박 팀장은 "밖에서 음료를 마시기 위해 이용되는 일회용컵은 당연히 지역을 넘나들며 사용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 자율로 컵 보증금제를 시행한다면 형평성에도 어긋나며 반납도 원활하지 못해 사실상 폐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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