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공개한 아이폰15 프로 모습. /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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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시장 전망을 뒤엎고 아이폰15 시리즈 가격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한 가운데 이 결정이 매출 감소로 이어져 애플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가격 동결로 물러섰다’며 아이폰15 제품군의 가격 인상을 피해 내년 매출 증가가 억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아이폰15 시리즈는 대부분 예상대로 출시됐다”면서 “한가지 놀라운 점은 가격을 전면적으로 올리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전날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예상과 달리 가격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128GB를 없애면서 프로 제품군의 평균 판매 가격이 2%가량 오를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예상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아이폰15 고급 모델의 경우 100∼200달러 인상을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주요 라인업의 평균 가격이 8%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WSJ은 애플이 가격 동결을 선택한 이유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을 꼽았다. 삼성과 구글의 폴더블폰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고 상황에서 올해 아이폰15의 업데이트로는 가격 인상을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기기값 외에 충전기 등에 추가 비용을 내야하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애플은 2012년 아이폰5부터 고수한 라이트닝 단자(8핀)를 USB-C형 충전 단자로 바꿨다. 아이폰15 구매자들은 USB-C 충전단자를 개당 29달러에 사야 한다.

또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애플이 핵심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애플은 중국과 홍콩, 대만에서 전체 매출의 19%를 올리며 오랫동안 중국 스마트폰 프리미엄 시장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최근 경제 둔화와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서 미국 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 화웨이가 최근 내놓은 새 스마트폰 ‘메이트 60시리즈’의 올해 출하량 목표를 20% 높이며 애플을 압박하고 있다. 미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연구원은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소비 부진과 정치적 반발 증가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아이폰 가격 유지는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이폰 가격 인상이,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 기기 출하량(감소)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한 만큼 (가격 동결은) 애플의 성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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