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단식 농성에 강제 입원 시킨 전두환 정권
당시 여당 사무총장이 사흘 연속 병원 찾아 단식 만류
문재인·이낙연 등 만류에도 단식 중단 없다는 李
정치권, 결국 李 출구전략은 尹이 제공해야
이탄희 “정부여당, 찾아오기는커녕 조롱으로 일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15일차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섭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이승환·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 대표로서 사실상 최장 기간의 단식이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23일 간 단식을 지속했지만, 이는 8일 간의 단식 농성 이후 병원 입원 상태에서 링거를 맞으며 보낸 기간이 포함된 기록이다. 의료진이 건강 악화가 심각하다고 진단한 상황에서도 이 대표가 단식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민주당은 이 대표의 ‘단식 출구전략’을 마련하는데 고심 중인 분위기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의 단식 중단 명분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구체적인 현안을 놓고 단식에 돌입한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택한 것이 이번 단식이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민생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일본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과 국제해양 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과 개각’ 등을 정부에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결국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응답이 필요한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단식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가 뜻을 꺾지 않고 있는 이유도 같은 문맥이다.
1983년 5월 단식투쟁을 하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모습.(자료사진) [연합] |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 중단 배경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과거 군사 정권도 야당 대표가 단식을 끝낼 수 있도록 사실상 퇴로를 마련해줬다는 평가다.
야당의 지도자였던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83년 5월 18일 단식에 돌입했다. ‘민주화 투쟁으로 구속된 인사 전원 석방’, ‘언론의 자유 보장’, ‘직선제 개헌과 반민주악법 폐지’ 등 민주화 5개항을 단식 명분으로 내세웠다.
김 전 대통령은 단식 8일 차인 5월 25일 전두환 정권에 의해 서울대병원으로 강제 이송됐다. 이후 권익현 민정당 사무총장이 사흘 연속으로 병상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6월 9일까지 단식을 이어갔고, ‘가택연금 해제’라는 실익을 얻어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제1야당의 당대표가 거의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고 있는데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의 그 누구도 찾아오기는커녕 조롱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을 보면서 이 증오의 정치가 정말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퇴장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당 입장에서 이 대표의 단식 장기화는 정치적으로 부담이다. 몸 상태가 악화되며 단식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간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 대표의 단식을 사실상 외면해온 국민의힘에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는 배경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이 대표는 건강 해치는 단식을 중단하기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 명분에는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식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단식 현장은 방문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아직 (김 대표가)단식 중단을 요청하러 (이 대표의 단식 현장에)갈 계획은 없다”며 “지금 정기국회다. 경제와 민생이 굉장히 심각하다. 중차대한 시기에 거대 야당 대표께서 (단식 중인 점이)안타깝다. 정치권이 발목 잡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 대표 측에서 ‘단식 출구전략’으로 입원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를 진료한 의료진 의견을 참고해 이 대표에게 입원을 권유했지만 이 대표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단식의 출구전략은 결국 현 정권이 제공해야 한다는 해석을 뒷받침하는 상황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워낙 의지가 강해 단식 중단은커녕 병원 이송도 어려울 것 같다”며 “통상적으로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하면 정무수석이라도 보내는 게 도리인데, 대통령실은 전혀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 단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했다.
yg@heraldcorp.com
nic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