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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막말'은 잘하는데 … 법안 심사땐 입 닫은 의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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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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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회의장에서 대화와 토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 수는 역대 최다이지만, 정작 법안 심사를 위해 열린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나 소위원회에서 활발한 대화와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정쟁이 격해지면서 토론 없는 일방적 법안 처리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21대 국회 상임위 회의에서 발언을 가장 적게 한 국회의원 상위권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다수 자리했다. 발언이 가장 적은 국회의원 1위는 인재근 민주당 의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회의록 빅데이터' 사이트 자료를 토대로 21대 국회 상임위 전체 발언 수를 지난 6월 26일까지 집계한 결과 총 88만7598건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는 139만122건, 19대 국회는 166만8406건, 18대 국회는 164만5812건으로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상임위(소위원회 포함)에서 발언을 가장 적게 한 의원(21대 총선 때 당선돼 지금까지 상임위 활동을 계속해 온 경우로 한정) 상위 10명에는 인재근(117건), 이장섭(232건), 우상호(319건), 이인영(335건), 백종헌(336건), 황운하(367건), 엄태영(380건), 정운천(388건), 송재호(404건), 최종윤 의원(425건)이 포함됐다. 이 중 민주당 의원이 7명이었다.

1위에 이름을 올린 인재근(서울 도봉갑) 의원실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인 위원은) 법안을 심사할 때 모든 사안에 대해 직접 첨언하기보다 상임위나 소위가 열리기 전 사전회의를 하면서 의견 조율을 주로 해오셨다"며 "사실 법안심사소위에서 처리해야 하는 법안이 워낙 많다. 법안심사소위원장, 상임위 간사를 해본 경험도 있기 때문에 속도감 있는 회의 진행을 위해 그러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 본인의 의정활동 스타일과 철학'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 의원은 21대 국회 시작부터 줄곧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대표적 사례로 올해 3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이 올라왔지만 인 의원은 이에 대해 의견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그날 회의 말미에 "공부가 필요해요" "예" 등 발언을 한 게 전부다.

발언 수뿐 아니라 회의 발언자 수도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집계된 발언 건수에는 각 상임위 전문위원이나 정부 측 관계자처럼 의원이 아닌 사람들의 발언들도 포함돼 있는데,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1대 국회 상임위에서는 3664명이 발언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6099명, 19대 때는 7324명, 18대 때는 7351명이 발언했다. 결국 회의에서 발언하는 사람 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제대로 된 대화와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21대 국회 들어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17일 현재 2만1997건으로 이미 20대 국회 때 발의된 2만1594건을 넘어 역대 최다인데, 계류 중인 법안이 1만6248건에 달한다. 70%가 넘는 법안이 처리되지 않고 그냥 쌓여 있는 셈이다. 이처럼 법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현상의 이면에는 '대화와 토론 부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이런 현상의 원인을 '여야 간 강대강 대결'로 진단했다. 법안 발의는 해 놓고 여야 간에 의견 차를 좁히려는 의지가 없다는 의미다. 또 장 교수는 입법 실적을 채우기 위한 '생각 없는 날림 발의'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대화와 토론이 적다는 건 결국 '협치 부재'를 시사한다. 법안의 '건강한 처리'를 위해서는 의원들이 회의에서 많이 발언하고 토론도 활발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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