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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도 보험사도 원하는데 누가 반대?…실손청구 간소화 또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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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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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몇 번으로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가 국회 파행으로 또 물 건너갈 위기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은 14년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 법사위에 상정됐는데, 최근 상임위원회 일정이 중단되면서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청구 절차가 복잡해 포기하는 보험금이 한 해 27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어서 국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19일 정치권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실손 청구 간소화 관련 개정안은 다시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7일 예정대로 법사위가 열렸다면 통과되는 분위기였는데, 상임위가 중단되면서 기약없이 밀리게 됐다”면서 “당초 개정안에 반대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융당국의 배경 설명과 국민 편익을 위한 법안 취지를 따져보고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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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진단서와 진료기록을 종이 서류로 제출하는 대신, 의료기관에서 바로 보험사로 전송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지금은 환자들이 일일이 의료기관을 방문해 수수료를 내고 진단서를 뗀 뒤, 다시 사진으로 촬영해 업로드하거나 보험사에 직접 전달(팩스, 방문)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들은 이렇게 받은 파일과 서류를 보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해 다시 전산에 입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보고 버려지는 종이만 4억장(1억건 청구 기준, 건당 4장 추정)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가입자들이 실손 청구를 포기한다. 지난 2021년 녹색소비자연대 등 소비자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입자 2명중 1명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진료금액이 적어서(51.3%),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46.6), 서류 보내기가 귀찮아서(23.5%)라고 답했다. 실손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보험금을 청구할 것이라는 의미다. 미청구액은 대부분 3만원 이하 소액이었지만 ‘10만원 이상 30만원 이하’라는 응답도 10%가 넘었다.

보험 업계도 실손청구 간소화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 해 2700억원의 보험금을 더 지급해도 전산화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은 일일이 사람이 입력하다보니 회사마다 양식도 다르고, 드물긴 하지만 동명이인이 겹칠 경우 보험금이 잘못 지급되는 실수도 생긴다”면서 “단순반복업무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말고 고객에게 보험금으로 돌려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개별 보험사, 청구 간소화 서비스 회사와 자체적으로 전자전송 시스템을 구축할 만큼 원무과 부담도 큰 실정이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편익이 큰데도 14년간 표류한 것은 의사단체 반대 때문이다. 일부 의사단체들은 “민감한 개인의료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보험사들이 전자문서로 데이터를 축적한 뒤 이를 영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위험하다”며 반대해왔다. 최근 법사위 상정을 앞두고 일부 환자단체도 “보험사들이 진료기록을 들여다보면서 소액 건만 지급하고, 고액의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보험 가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반대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두 주장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막으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건강보험공단으로 진료기록을 전송하면 되는데 의사단체는 이를 결사반대한다. 심평원이나 건보공단에서 비급여 진료 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워낙 반대가 심하자 보험개발원이 중개기관이 되겠다고 나섰지만, 의사단체는 이마저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보험 가입을 제한한다는 환자단체 주장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이미 3977만명이 가입한 국민보험이다. 개인의 진료기록을 보험사가 한꺼번에 볼 수도 없을 뿐더러,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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