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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미 제재 뛰어넘은 화웨이, 중저가 보급폰으로 5G 모델 확대…미 “7나노 칩 양산 능력 못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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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상하이의 화웨이 매장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가 진열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 속에서 프리미엄 5G 스마트폰을 출시해 주목받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조만간 중저가 5G 스마트폰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중국이 5G 스마트폰에 쓰이는 고성능 반도체 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는 의미가 될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중국 IT시보는 화웨이가 10∼11월 5G 스마트폰인 차세대 ‘노바(nova)’ 모델을 출시해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20일 보도했다. 화웨이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노바는 2019년까지 5G 스마트폰으로 제작됐지만 미국이 화웨이를 겨냥해 5G용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금지한 이후에는 보급형 4G 모델만을 선보여왔다.

화웨이가 프리미엄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이어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5G 모델을 확장할 경우 이는 중국 거대 기술 기업이 미국의 제재를 극복했다는 또 다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화웨이가 지난달 말 선보인 ‘메이트60 프로’는 전 세계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메이트60 프로에는 중국 자체 기술로 만든 2세대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칩이 탑재됐다. 이를 두고 화웨이가 미국의 포위망을 돌파하는 혁신을 이룬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지만, 미국 등 일각에서는 중국의 7나노 칩 대량 생산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설왕설래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화웨이가 중저가 5G 스마트폰까지 선보인다면 이는 5G용 칩의 양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의 제재 여파로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5위까지 떨어졌던 화웨이는 메이트60 프로 출시 이후 ‘애국 소비’ 열풍에 힘입어 9월 둘째 주에 시장 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올렸다. 현지 매체들은 메이트60 프로의 주문이 급증하고 있어 화웨이가 곧 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화웨이는 런정페이(任正非)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순회 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캐나다에 가택연금 돼 있다 중국으로 돌아온 지 2년이 되는 오는 25일에 맞춰 신제품 출시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메이트60 시리즈의 또 다른 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논란이 되고 있는 메이트60 프로의 정확한 스펙을 공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의 제재 속에서 화웨이가 이룬 반전은 중국 내 관련 업계의 기술 자립에도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최근 자사에서 사용하던 미국 램 리서치의 장비를 대체할 중국 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해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과 논의·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에 대해 “미국의 무역 규제가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줄이도록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는 지난달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한 이후 지난 4년간 화웨이 직원 20만명의 노력 끝에 자체 플랫폼을 구축했다”면서 “미국의 제재는 압력이자 동기 부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에 여전히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가 개최한 반도체·과학법 1년 평가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중국이 7나노 칩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의 스마트폰 발표에 “속상했다”(upset)면서 “어떤 기업이든 우리 수출통제를 우회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를 찾을 때마다 우리는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또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받은 기업의 중국 신규 투자를 금지한 가드레일 최종 규정을 몇주 내로 발표할 것이라면서 “지원금의 단 1센트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 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도 화웨이에 대한 경계 강화에 나섰다. 낸시 패저 독일 내무장관은 2026년까지 핵심 5세대 이동통신(5G)망에서 화웨이 등 중국 부품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했다고 독일 공영 ARD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그간 독일은 화웨이 부품 사용금지를 명시하는 데 주저해왔으나, 이들 통신 부품이 중국의 정찰 활동이나 파괴 공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으로 관측됐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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