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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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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SNU팩트체크 제휴 중단···가짜뉴스 아닌 팩트체크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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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논란이 커지는 시기에

오히려 지워버리려는 결정 내렸다”

제휴사 기자들, 네이버에 재고 촉구

경향신문

네이버는 26일부터 팩트체크 탭에서 ‘SNU팩트체크’와의 제휴를 중단하기로 했다. 네이버 팩트체크 탭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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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팩트체크 탭에서 ‘SNU(서울대)팩트체크’와의 제휴를 오는 26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SNU팩트체크는 제휴 언론사들이 독립적으로 취재한 팩트체크형 기사를 검증 결과와 함께 센터 홈페이지와 네이버에 게재하는 서비스다. SNU팩트체크의 제휴사 기자들은 “가짜뉴스가 논란이 되며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기에 오히려 이를 지워버리려는 결정을 내렸다”며 네이버에 재고를 촉구했다.

SNU팩트체크센터 제휴사 팩트체커 일동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네이버에 유감을 표하며 뉴스 홈에 팩트체크 코너를 존속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32개의 언론사가 SNU팩트체크와 제휴를 맺고 있다. 각사의 팩트체크 담당 기자들은 불편부당성 및 비당파성 견지 등 ‘SNU 팩트체크 원칙’에 따라 기사를 생성한다. 독립적으로 기사를 생성하지만 공동의 검증 원칙을 공유하는 것이다. 검증 결과는 6단계(거짓·대체로 거짓·사실반 거짓반·대체로 사실·사실·판단 유보)로 나뉘는데, 근거 자료가 링크 등의 출처와 함께 제시된다. 네이버 뉴스홈에 따로 게시공간이 마련된 것은 2018년 1월29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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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팩트체크와 제휴 중인 32개의 언론사. SNU팩트체크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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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일동은 “32개 제휴 언론사들은 매체의 종류나 이념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망라돼 있으며 지금까지 4700개가 넘는 팩트체크 기사를 생산해 네이버를 통해 시민들에게 제공해 왔다. 기사 검증의 근거수가 2017년 평균 0.5개에서 2023년 평균 8개가 된 것만 보아도 지난 6년간 팩트체크의 질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드러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성공적으로 유지되어 온 팩트체크 코너를 중지하겠다는 결정에 분노와 탄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공익을 위해 언론사와 플랫폼이 함께 만들어온 사회적 산물을 네이버가 파괴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들은 “더 많은 시민들에게 검증된 정보를 노출하는 것을 목표로 제휴 언론사와 네이버가 서로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협의해 시작한 서비스”라며 “팩트체크는 네이버가 단독으로 종료를 결정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며, 허위정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이 질 높은 정보를 유통시키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자 세계적 추세”라고 했다.

여당은 SNU팩트체크가 좌편향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지난 1월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와 한국언론학회,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가 결탁해 팩트체크를 가장한 보수진영 공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NU팩트체크센터 등에 지원금을 지급한 배경을 명확히 밝히라”고 네이버에 요구했다. 매년 10억원 규모를 SNU팩트체크·한국언론학회에 지원하던 네이버는 지난 8월말 모든 재정지원을 중단했다.

팩트체커 일동은 “숱한 정치적 오해와 공격을 버텨내며 저널리즘의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보수를 지향하지도, 진보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팩트를 지향한다”고 했다. 이어 “네이버 뉴스홈에 팩트체크를 존속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지속돼야 하고, 이는 플랫폼 기업의 마땅한 의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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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U팩트체크가 검증 완료 후 표시하는 6단계 사실 온도계. 26일부터 이같은 분류는 네이버 팩트체크 탭에서 서비스되지 않는다. SNU팩트체크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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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관계자는 통화에서 SNU팩트체크와 계약이 종료됐을 뿐 팩트체크 탭을 없애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짜뉴스를 방치하겠다는 것이 절대 아니며, 오히려 팩트체크 섹션을 강화개편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SNU팩트체크 분석을 거친 기사를 서비스했다면, 앞으로는 각 언론사마다 [사실은] 등으로 팩트체크 팻말을 단 기사들을 모두 모아 서비스할 예정으로 이전보다 대상 매체나 기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기존 SNU팩트체크가 게재하던 6단계 분류의 서비스는 중단된다. 네이버 측은 개편 이유에 대해 “사업적 측면과 관련된 것이라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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