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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화웨이, 삼성·마이크론·키옥시아 칩도 썼다…美 제재 안 먹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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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3(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관람객들이 화웨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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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2020년 미국 정부로부터 본격적인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삼성전자·마이크론(미국)·키옥시아(일본)에서 생산한 반도체 칩을 모두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가 탑재된 것이 확인돼 대중(對中) 제재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범용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완벽한’ 제재가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25일 대만 디지타임스는 화웨이가 지난 3년 동안 출시한 주요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에 SK하이닉스 외에도 삼성전자·마이크론·키옥시아의 메모리 반도체도 탑재됐다고 보도했다. ‘한·미·일’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칩이 모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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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디지타임스는 이어 화웨이의 신제품에 정작 중국 메모리 회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칩은 사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2020년 8월 이후 미국의 수출 통제에 따라 글로벌 주요 메모리 업체는 화웨이와 직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3년 새 출시된 화웨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에 삼성전자·마이크론의 모바일용 D램과 키옥시아의 플래시 메모리 등이 섞여 사용됐다는 것이다. 앞서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를 분해해 분석했더니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SK하이닉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측은 “미국의 제재 조치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더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국내 업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제품까지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제재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과 달리 메모리 반도체는 책보다는 (핵심 내용이 없어 안보 필요성이 낮은)공책에 가까운 역할”이라면서 “전체 공급망의 흐름을 통제하기 어려운 데다 제조 기술이 아닌 이상 안보의 영역이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체 차원에서 대중 제재를 지켜도 결국 다른 국가를 통해 재판매되거나 여러 업체를 거쳐 최종적으로 중국에서 출하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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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출시한 메이트 60 프로. 자체 개발한 5G 7나노미터급 기린 9000S 칩이 장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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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직전 ‘사재기’…재고 썼을 듯



다만 화웨이가 2020년 수출 통제 발효 직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 제품을 ‘사재기’했었던 만큼 이들 제품을 쌓아두고 2021~2022년 출하된 자사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화웨이가 제재를 어겨가면서 한·미·일 반도체 제품을 재고와 우회경로 등을 통해 사용해왔던 것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년간 화웨이의 모바일 제품에 LPDDR5 D램이 사용됐는데, 이는 YMTC와 CXMT가 아직 이 정도 수준조차 도달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CXMT는 최근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최첨단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까지 선언한 상태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20나노미터(㎚·1㎚=10억 분의 1m)대 공정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2021년 11월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14나노 모바일용 D램 LPDDR5X를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中, EUV 독자 개발까지 착수



이처럼 미국의 반도체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이 새로운 방식으로 EUV 노광장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칭화대 연구진이 입자 가속기를 활용해 새로운 광원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UV 노광장비는 7㎚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다. 전 세계에서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어 중국은 구매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입자가속기를 활용하는 신기술을 통해 독자적으로 EUV 장비를 개발하는 작업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아직 독자 개발까지는 갈 길이 멀다”면서도 “제재에 대한 대안이자 장기적으로 초미세 공정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중국이 선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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