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비리·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심문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문 배포 안해
법원 앞 지지자·반대자들 모여 각각 시위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등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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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개발 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관여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법원에 출석해 약 9시간20분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현직 제1야당 대표가 구속 심사대에 오른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5분쯤부터 오후 7시23분까지 이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따지는 심문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분 흰색 셔츠에 검은 양복 차림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 도착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는데 한 말씀 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지팡이를 짚으며 법정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이날 오후 7시53분 심문을 마치고 나올 때도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검찰에 출석할 때마다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고 입장문을 냈지만 이날은 답을 하지도, 입장문을 배포하지도 않았다.
이날 이 대표는 단식으로 입원했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법원으로 이동했다. 국정 쇄신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지난달 31일 단식에 돌입한 이 대표는 지난 23일 단식을 중단하고 이날 법정에 나왔다.
이 대표는 백현동 민간 사업자에게 인허가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북한에 지급해야 할 방북비용 등 총 800만달러를 쌍방울그룹에 대납하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위증교사)를 받는다.
심문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위증교사 등 사건 별로 검찰과 변호인단 양측의 공방을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심문은 점심 식사와 휴식을 위해 40분간 휴정했고, 이때 이 대표는 법정에 머물며 병원에서 가져온 미음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이날 심문에서 구속 필요성을 놓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 측은 심문에 최재순 공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등 백현동 개발 비리 수사팀과 김영남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전 수원지검 형사6부장) 등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팀 등 10여명을 투입했다. 이 대표 측에선 고검장 출신인 박균택 변호사, 판사 출신인 김종근·이승엽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앞서 구속영장 청구서와는 별개로 재판부에 15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한 검찰은 이날 500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준비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사익 추구로 공적 권한을 남용한 부패비리 사건’으로 규정하며 혐의의 중대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구속 사유 중 하나인 ‘증거인멸 염려’를 집중 부각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도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 담당 성남시 공무원 다수를 접촉해 회유했고, 이 대표에게 방북비 대납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이 번복되고 재판기록이 유출됐다며 ‘증거인멸 염려’를 강조했다. ‘검사 사칭’ 재판에서 이 대표가 직접 김모씨에게 전화해 허위 증언을 교사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대표가 구속돼야 이미 구속기소된 공범들과 형평성이 맞다는 주장도 폈다.
이 대표 측은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의 유착관계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이 구성한 혐의 사실이 허구라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개발 비리와 관련해선 ‘비선실세’로 지목된 김 전 대표와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라는 주장을, 백현동 개발에 대해선 성남시가 10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어 손해를 끼친 게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선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이 전 부지사의 번복된 진술이 유일하다며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은 또 현직 제1야당 대표로서 수사·재판에 성실히 응한 만큼 도주 염려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인멸 염려에 대해서도 이 대표 측 박균택 변호사는 “2개 검찰청이 1년 반에 걸쳐 광범위한 수사를 해서 인멸할 증거가 없다”며 “법리상 죄가 안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인멸 우려까지 갈 필요도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했다.
이 대표도 유 부장판사의 질의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 돼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버린 것 같다.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수사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날 심문 결과에 따라 검찰과 이 대표 중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적인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셈이 된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428억원 약정 의혹, 백현동 개발 비리 관련 100억원 약정 의혹 등 수사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는다. 반대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무리한 ‘표적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야권을 겨냥한 다른 수사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당에 대한 장악력도 높이려 할 공산이 크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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