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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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서울 중·성동구 갑)이 26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홍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민주당 지도부는 고민정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친이재명(친명)계로 채워졌다. 당대표 궐위시 원내대표가 권한을 대행하는 만큼 친명계로서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내분에 휩싸인 당을 수습하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 책임을 떠안게 됐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보궐선거에서 결선투표 끝에 김민석·남인순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우원식 후보는 이날 투표 전에 사퇴했다. 홍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재적 의원 과반 득표에 실패해 남 후보와 함께 결선 투표에 올랐다.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광온 의원에게 패한 뒤 두 번째 도전 끝에 당선됐다.
홍 원내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원팀’을 강조했다. 그는 “제가 꼭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원칙과 기준을 갖고 민주성과 다양성의 바탕에서 결정하고,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유능하게 관리해내겠다”며 “그에 대한 책임은 제가 제일 먼저 지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의 당선은 친명계뿐 아니라 중립 성향 의원들의 표심이 모인 것으로 분석된다.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책임의 화살이 비이재명(비명)계에 돌아가고 당내 여론이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쏠린 결과다. 친명계의 당 장악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립 성향 의원들도 상대적으로 더 선명한 친명계 후보에 힘을 실어야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 체제에서 민주연구원장과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 경선 때도 이낙연 후보를 도왔다. 그러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계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범친명계로 재분류됐다. 남 후보도 범친명계로 분류되지만 홍 원내대표보다 온건하다고 평가된다.
한 중립 성향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홍 원내대표와 남 후보가 팽팽했을 것”이라며 “기존 친명계가 홍 원내대표에게 가고, ‘더미래’(당내 최대 의원 모임)와 합리적 의원들이 남 후보에게 표를 줬는데 범친명계쪽 색깔이 홍 원내대표에게 더 있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될 사람이 됐다”고 평가했다.
당초 친명계는 우원식 후보를 합의 추대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우 후보가 투표 전 사퇴하자 1차 투표에서 범친명계 표가 홍 원내대표와 김 후보로 나뉘었고 결선투표에서 홍 원내대표에게 모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다른 친명계 의원은 “가결파와 제휴하려는 세력을 배제하고 나머지 둘에게 자유투표하고 경쟁력 있는 사람에게 몰아주자고 했다”며 “김 후보에게 갔던 표의 대부분은 홍 원내대표쪽으로 갔다”고 말했다.
세 후보 모두 친명계로 차별점이 없는 선거 구도라 한 번 더 도전장을 내민 홍 원내대표가 유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시작부터 끝까지 맵고 쓴 맛이 없는, 그냥 평범한 맛으로 간 선거”라며 “떨어진 사람에 대한 동정표가 늘 있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은 이례적으로 ‘누가 당선되든 이 대표를 지키겠다’고 투표 전에 합의했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위기의 순간 당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단합에 대한 염원이 당의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끝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맞서 민주주의 후퇴를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차기 원내대표 임무가 ‘흔들림 없는 이 대표 체제 구축’이라고 자인한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당선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으로 믿고 있지만 이후 결과에 따라 당이 상당히 비상한 각오로 싸워나갈 준비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은 만큼 선거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후보자 정견 발표가 비공개로 이뤄졌고 후보자 포토 타임과 당선자 꽃다발 증정식도 하지 않았다. 투표 전 정청래 최고위원의 인사말에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송갑석 의원 등 일부는 “정견 발표를 비공개로 하는 이유가 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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