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에 오랫동안 행사를 준비한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그럼에도 이번 도심 열병식을 보는 심정이 편치만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 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념사보다 한층 강해졌으며, 윤 대통령이 자신의 말로 북한 정권 종식을 언급한 것도 처음이다. 전날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정치문외한, 외교백치의 히스테리적 망발”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남북한 사이에 험악한 언사가 오가고 있다. 마침 헌법재판소가 이날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위헌으로 판단했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우발적 충돌의 또 다른 불씨가 되지 않을지 우려도 된다.
대통령실은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참여한 이날 열병식을 “국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라고 했다. 그런 한편으로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교통 수요가 많은 시점에 도심 교통이 전면 통제되며 이동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몇주 동안 이어진 전투기의 도심 저공비행 굉음으로 인해 안심하기보다 전쟁 분위기를 부쩍 실감하게 된 시민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국군의날 기념행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강화되는 ‘안보 국가’ 분위기가 압축된 자리라고 평가한다.
분단 상황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강한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을 가진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동맹 태세를 굳건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그것만으로는 100% 안심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화와 외교에도 나서기 바란다.
포병 부대가 26일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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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제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대규모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해 사열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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