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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1 (수)

    헌재, ‘대북전단 살포 금지 조항’ 위헌 결정 “제한 내용 광범위…지나친 표현 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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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관 7 대 2 의견…남북관계발전법 ‘처벌근거’ 효력 상실

    헌법재판소가 북한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6일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 1항 3호 등의 위헌 확인 사건에 대해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었다.

    심판 대상 조항인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 1항은 ‘누구든지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정하면서 3호에 ‘전단 등 살포’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헌재는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민의 생명·신체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국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면서도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은 전단 살포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경찰관이 상황에 따라 경고·제지하거나 사전 신고 및 금지 통고 제도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이 있는데도 표현의 자유를 일절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책임주의 원칙’을 두고는 입장이 갈렸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비난 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북한인데 전단을 뿌린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건 ‘책임 없이는 형벌도 없다’는 헌법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반면 유남석·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죄가 성립하려면 전단 등 살포 행위로 인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남겼다. 두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표현의 방법만을 제한하고 있다”며 “청구인들의 견해는 전단 살포 외의 다른 방법, 예컨대 기자회견이나 북한이탈주민과의 만남 등을 통해 충분히 표명될 수 있다”고 했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으로 불린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2020년 6월 북한이탈주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가 악화하자 발의됐다.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큰샘 등 북한인권단체 27곳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같은 해 12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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