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서 당겨…IMF 개혁 압박 속 민심 이반 최소화 포석
이집트가 내년 6월 치러질 예정이던 대통령선거를 오는 12월 실시하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집트에 대한 구제금융을 승인하며 요구한 개혁과제를 시행하기 전에 대선을 치러 민심 이반을 막겠다는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사진)의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차기 대선을 오는 12월10~12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규정대로라면 내년 6월에 실시돼야 하지만, 올해 말로 대선일을 확정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집트가 조기 대선을 결정한 이유로 극심한 경제난과 이로 인한 정부 인기 하락을 꼽았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집트 통화 가치는 지난해 3월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고, 지난 8월 연간 인플레이션은 39.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 소득원인 관광산업이 부진했던 탓이 컸지만, 시시 대통령의 실정도 문제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이집트에 46개월간 30억달러(약 4조1000억원)의 구제금융 지원을 승인한 IMF의 개혁 이행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시시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IMF가 구제금융 대가로 영구적인 변동환율 체제 도입을 요구했는데도, 지난 1월부터 환율을 인위적으로 달러당 31이집트파운드(1350원)로 고정해오고 있다. 중동 매체 알모니터는 “IMF가 이를 문제 삼아 이집트 방문 계획을 두 차례 연기하고, 지난 3월에는 예정됐던 두 번째 대출을 실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는 IMF 요구 사항 이행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시시 대통령이 민심 이반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선일을 앞당겼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무스타파 카멜 알사이드 카이로대 정치학과 교수는 알모니터에 “대다수 이집트인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선거를 앞당겨 치르고 그 후에 조치를 시행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시 대통령은 2014년과 2018년 대선에서 각각 96.91%, 97.08% 득표율로 당선된 데 이어 2019년에는 개헌을 통해 3선 길을 열었다. 특히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2030년까지 장기 집권이 가능하다. BBC는 “시시 대통령은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국영 방송은 이미 친정부 단체의 지지 메시지를 대거 방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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