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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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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5중고…고금리, 강달러, 고유가, 침체, 셧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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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미국 국기와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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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26일(현지시간) 반등 하루만에 다시 급락했다. 고금리, 고유가, 강달러의 3고 현상이 경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고 정부 예산안의 의회 처리가 늦어지면서 정부 셧다운(폐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미국 증시는 고금리에 가장 취약한 기술주 위주로 하락했다. 나스닥지수가 1.6% 떨어졌고 S&P500지수가 1.5%, 다우존스지수가 1.1% 내려갔다.

국채 가격도 장기물 중심으로 하락했다. 2년물 국채수익률은 전날과 변동 없이 5.129%에 머물렀지만 10년물과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소폭 더 올라갔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017%포인트 오른 4.558%를 나타냈고 30년물 국채수익률은 0.037%포인트 오른 4.695%로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007년 10월, 30년물 국채수익률은 2011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시포트 리서치 파트너스의 매크로 전략가인 빅터 코셀을 노트에서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장 심리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금리로 주식 매력 떨어져

최근 증시 조정의 주요 원인인 국채수익률 상승은 연준(연방준비제도)이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강화한 것과 미국 정부의 국채 공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이치뱅크의 전략가인 짐 리드는 이날 노트에서 "최근 국채수익률 상승은 부분적으로는 지난주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표시한 점도표가 공개된 후 정책금리가 더 높이, 더 오래 유지될 것이란 사실을 시장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채수익률 상승의 또 다른 이유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소폭 오르고 정부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정부의 국채 공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익률이 너무 낮아) 가치가 거의 없었던 국채가 10년여만에 주식 같은 다른 자산과 다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어떤 수익률을 요구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단기 국채에 투자하면 무위험으로 연 5%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원금 손실 리스크를 가진 주식은 기대 수익률이 훨씬 더 높지 않으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달러 강세, 기업 실적 압박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은 달러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달러 강세를 유발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이날 0.2% 오른 106.2를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9월에 115로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 7월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반등하면서 106을 넘어섰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애플 등 다국적 기업은 달러로 환산한 해외 매출이 줄어들게 돼 실적이 하향 압력을 받는다.


유가 상승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여기에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며 기업과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가 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과 기업들의 투자 여력은 축소시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타임즈 오브 인디아'와 인터뷰에서 최악의 경우 정책금리가 7%로 오를 수 있으며 이 경우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경제는 침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연준이 예상하고 있는 경기 연착륙(소프트랜딩)은 어려워질 수 있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사장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이날 노트에서 고금리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최근 증시 약세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증시가 "최근의 유가 급등으로 인한 마진 축소와 달러 가치 강세, 시장 금리의 거침없는 상승으로 인해 좀더 지속적인 충격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셧다운 10일 넘기면 증시 10% 하락

이날 발표된 콘퍼런스 보드의 9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103.0으로 4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금리와 유가 상승, 정부 예산안을 둘러싼 의회 내 갈등 등이 소비 심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셧다운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는 것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 예산안이 9월30일 자정 전까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 지출이 중단돼 정부 기능이 마비되게 된다.

RBC 캐피털 마켓의 시장 전략가인 로리 칼바시나에 따르면 증시는 셧다운이 현실화될 때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막상 셧다운 기간 동안에는 낙폭이 축소됐다.

그에 따르면 1976년 이후 10일 이상 정부 셧다운이 진행된 적은 7번이었고 셧다운 기간 동안 S&P500지수의 하락률 중앙값은 2%에 불과했다.

반면 10일 이상 셧다운이 진행된 과거 7번을 분석한 결과 셧다운이 시작될 때까지는 S&P500지수가 전 고점 대비 10.2%의 하락률 중앙값을 나타냈다.

이 같은 급락세는 정부 셧다운에 대한 불안감 때문만은 아니다. 칼바시나는 셧다운이 발생할 정도로 의회가 갈등하는 경우는 대개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셧다운을 앞두고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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