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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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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속 첫 단계 ‘혐의 소명’부터 막혔다···사실상 검찰 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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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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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위증 교사 의혹으로 청구된 이번 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은 핵심 혐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고 증거 인멸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정경유착 범죄의 표본”이라고 했던 검찰 주장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 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 수사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충족해야 할 2개의 요건(혐의 소명·증거 인멸 염려)을 두고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검찰은 백현동·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범죄혐의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 부장판사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낸 자료를 봐도 이 대표가 유죄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업자 뜻대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백현동 사업에서 배제한 혐의에 대해 유 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은 든다고 했다. 성남시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성남시장의 지위, 성남시장으로서 결재한 문건, 성남시 공무원이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부터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법정 증언한 것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유 부장판사는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하다”며 “사실관계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검찰이 백현동 민간업자와 이 대표를 잇는 고리로 지목한 정 전 실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이 대표의 보고·승인 여부를 진술하지 않고 있다. 정 전 실장 측은 성남시 공무원의 법정 증언에 대해서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백현동 의혹에 적용된 배임죄는 법조계에서도 성립요건이 까다롭고 무죄율이 높은 범죄로 꼽힌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해야 하는데, 요건 하나하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 대표는 시장이 공사를 사업에 참여시킬 의무가 없고 정책 결정이었을 뿐이라며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등 의혹으로 구속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구속 영장이 기각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던 중 입장 발표를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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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부장판사는 이 대표가 북한에 지급해야 할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를 쌍방울그룹이 대납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거론하며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설혹 불법적인 대북 송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가 지휘·승인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데, 그게 충분치 않다고 본 것이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다.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에서 이 대표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알려졌지만 이후 언론에 공개한 진술서에서는 이 대표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 송금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다. 민주당 쪽에선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압박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압박했다며 증거인멸 염려가 크다고 주장했지만 유 부장판사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했다. 또 이 전 부지사 진술의 신빙성은 향후 재판에서 판단하면 될 일이고,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점,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하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유 부장판사는 ‘검사 사칭’ 사건 재판의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지만 증거인멸 염려는 없다고 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백현동 의혹을 “선거브로커와 불법적인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범죄를 품앗이한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대북 송금 의혹을 두고는 “부패한 선출직 공직자와 부패한 기업인이 결탁한 후진적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돼야 한다고 청구서에 적기도 했다. 이 대표가 비회기에는 구속영장심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검찰은 정기국회 회기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 결과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를 구속심사대에 세우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검찰은 법원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구속을 피한 이 대표는 이날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 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법원의 기각 결정문은 사실상 지난 2년간 이어진 검찰 수사가 현 제1야당 대표이자 현 대통령의 지난 대선 최대 경쟁자였던 이 대표를 표적으로 한 수사였음을 보여준다”며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를 통한 정치라는 세간의 비난과 비판을 경청하고 수사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원석 검찰총장은 “보강수사를 잘 해서 (이 대표) 범죄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 대표 관련 수사는 모두 이전 정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중략) 사법은 정치적 문제로 변질될 수 없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번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이 대표에 죄가 없다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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