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광장 건너편에는 초량육미거리가 있다. 밀면, 돼지국밥 등 여섯가지 서민음식을 두루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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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돌아왔다. 찜통더위 때 집 나갔던 입맛도 돌아왔다. 식도락의 계절이다. 배달음식이나 프랜차이즈 식당 음식보다는 전국 방방곡곡의 사연 있는 음식을 찾아 길을 나서기 좋을 때다. 한국관광공사가 ‘맛있는 골목 여행’을 주제로 여러 지역의 음식 거리를 추천했다. 올가을 가볼 만한 ‘맛 골목’ 4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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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고 담백한 순댓국 - 천안
충남 천안 병천면은 순대의 고장이다. 아우내순대길 일대에 순댓국 전문점이 모여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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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로 이름난 지역이 많다. 충남 천안도 빠질 수 없다. 천안 병천면은 조선 후기 오일장이 활발했던 물류의 집산지였다. 1960년대 인근에 돈육 가공 공장이 들어서면서 돼지 부산물로 순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 명성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아우내순대길 일대에 순댓국 전문점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병천순대는 돼지의 작은창자를 이용해 누린내가 적은 편이다. 소금, 밀가루로 깨끗이 씻은 작은창자에 양파·대파·양배추 등 각종 채소와 찹쌀· 선지·당면을 넣는다. 병천순대는 당면을 많이 안 쓴다. 아예 안 쓰는 집도 있다. 하여 담백하다. 국물은 진국이다. 생강과 대파를 넣고 사골 국물을 우리는가 하면, 한약재를 넣는 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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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민, 노동자의 음식 - 부산
부산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밀면.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가 담긴 음식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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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광장에서 8차선 대로를 건너면 초량육미거리가 나온다. 육미는 여섯 가지 맛(六味)을 일컫는다. 돼지갈비와 돼지불백, 돼지국밥, 밀면, 어묵, 곰장어를 두루 맛볼 수 있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모두 서민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초량동에서 음식이 발전한 배경을 알려면 근현대사를 들춰야 한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다양한 음식문화가 유입됐고, 1960~70년대 방직 공장 노동자들이 싸고 맛난 안주에 술을 기울이던 문화가 두루 작용했다. 그래서일까. 초량동 돼지갈비 골목의 식당들은 3대째 가업을 잇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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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맑은 맛 - 하동
경남 하동 섬진강은 한국을 대표하는 재첩 산지다. 재첩국은 맑고 시원한 맛이 여느 조개국과 다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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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섬진강 변 거리에는 곳곳에서 ‘재첩’ 두 글자가 보인다. 재첩은 모래와 진흙이 많은 강바닥에서 자라는 민물조개다. 강에서 난다고 강조개, 까만 아기 조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막조개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섬진강 재첩이 출하량도 많고 맛도 정평이 났다. 하동읍 신기리에 하동 재첩특화마을이 있다. 맑고 시원한 재첩국을 비롯해 재첩회 무침, 재첩회 덮밥, 재첩 부침개, 재첩 해물 칼국수 등 다양한 요리를 파는 전문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대체로 30년 이상 운영한 재첩 전문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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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불맛 나는 불고기 - 강진
전남 강진의 대표음식인 병영돼지불고기. 연탄불에 직접 구워 불향을 입힌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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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돼지불고기는 전남 강진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전라병영성과 병영 5일 시장 일원에 전문 식당이 모여 있다. 언뜻 보면 제육볶음과 비슷하지만 맛은 차원이 다르다. 양념한 돼지고기를 석쇠에 올리고 연탄불에 구워 불향을 입힌다. 식당에서는 불고기만 주문해도 한정식처럼 푸짐한 상을 차려준다. 병영 5일 시장 일원에서는 9월 1일부터 10월 28일까지 금·토요일마다 ‘불금불파(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 행사가 이어진다. 지역 가수와 디제이가 흥을 돋우고, 사의재(다산 정양용이 강진에 유배돼 처음 묵은 곳) 마당극도 펼쳐진다. 정겨운 동네잔치를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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