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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유럽 집값, 9년 만에 첫 하락…짙어지는 침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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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유로존 주택 가격 전년比 1.7% 하락

유럽 최대 경제 엔진 獨은 10% 가까이 내려

유로존 경제 침체 그림자

올해 2분기 유럽 집값이 9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최대 경제 엔진인 독일의 집값은 10% 가까이 내렸다. 기업활동, 민간소비 등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약세도 포착되면서 유럽에 경기 침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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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 2분기 유로존의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연율 1.7% 떨어졌다. 유로존 주택 가격이 하락한 건 2014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직전 분기만 해도 0.4% 상승했다. EU 지역의 주택 가격은 2015년부터 작년까지 약 50% 뛰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기조가 길어지자,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진 여파로 분석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0%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2022년 7월부터 전례없는 속도로 인상해 4.5%까지 올렸다. 그 결과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인상하고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대출 부담이 커지자 주택 수요도 줄어들게 됐다.

집값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은 유럽 최대 경제인 독일로 연율 기준 낙폭이 9.9%에 달했다. 덴마크와 스웨덴도 각각 7.6%, 6.8% 떨어졌다. 동유럽인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의 경우 집값이 13.7%, 10.7%, 9.4%씩 올랐다.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집값 하락과 관련해 "완전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며 "바로 잡아야 할 과평가 부문이 있다는 분명한 징후"라고 말했다. 이어 "상업용 부동산은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 (ECB의) 주된 우려"라면서도 "더 회복탄력성이 있는 주거용 부동산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침체 국면에 진입한 유럽 경제의 위기 여파도 집값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집값이 가장 많이 빠진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 올해 1분기 -0.1%로 두 달 연속 역성장한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도 0%(직전 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고강도 긴축, 독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주요 경제지표인 독일 산업생산은 지난 7월 전월 대비 0.8% 줄어 석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독일이 -0.3% 성장해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최근 할레 경제연구소 등 독일 5대 경제연구소는 올해 연간 성장률이 -0.6%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시장에서는 이미 유럽이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본다.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 중 하나인 유로존 제조업 활동의 경우 급격히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글로벌이 집계한 유로존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8월 43.5에서 9월 43.4로 또 다시 하락했다. 이 수치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유로존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도 긴축을 종료했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현재 수준의 고금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세도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다.

버트 콜리진 ING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는 이미 침체됐고 더욱 약해지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전반적인 (경기) 부진은 앞으로도 지속될 걸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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